하루를 마무리하고 컴퓨터를 끄려는 찰나 몇 년에 볼까말까한 장문의 댓글이 남겨져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프리카에서도 듣지 못한 리뷰에 대한 충고를 지나가시던 비로그인 유저에게 들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굉장히 좋은 글인데다가 저뿐만 아니라 글을 적고 계시는 다른 리뷰어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 [나노하의 애니클립 - 신만이 아는 세계] 포스팅
RD 라는 이름으로 2012/03/08 23:41 달린 댓글.


댓글이 주관적으로 달리는건 알고 있습니다만. 흥행에 비해 뭇매질의 평가가 많군요.

웃기기는 했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불가능 하다.
그러나 원래 애니메이션의 자체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지 현실에 지나치게 연연하는것 자체가 애니메이션에 대한 목적과 환상을 버리고 다큐멘터리를 보겠다라는 개념과 같습니다. 말그대로 '오오' 하다가 공석에서는 '엣헴' 하는 경우이지요. 게다가 톰과 제리와 패트와 매트만 봐도 말도 안되는일이 수십가지가 벌어집니다만 누구나 기억하는 명작이지요. 단순 논리식으로 두면 머리가 참 피곤해집니다. 결정적으로 속된말인 '오느라 수고했지만 벌은 받아야지' 라는 모 어디의 유명한 말마따나 같습니다. 리뷰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이지요.

리뷰는 무얼하든간에 크나큰 자신의 주관적인 것을 배경으로 작성이 되는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뷰어나 평론가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갓을때 그 리뷰는 결코 좋지 못한 리뷰라고 낙장 당하기 쉽지요. 리뷰는 그런의미에서 낙장불입이라고들 합니다. 한번 쓰고나면 그 책임감과 뒷수습. 심지어 자신의 명예와 하는 일에 마저도 상당한 평가와 평판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작품에서 작품성을 찾으려는 의도는 여러가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의도라는 것 또한 세분화되서 그 의도의 초점마저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작품성의 평가는 결국 '비뚤어진 시선으로 본 것이 아니냐' 라는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좋든 싫든 이렇게 되면 리뷰 자체가 의심받는 기가막힌 상황으로 가 버릴 수가 있습니다.

'나는 1의 의도를 봤다. 근데 넌 2의 의도로 봤구나' 하는 순간 의견은 충돌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사람의 의도적 관점기준은 다르다고 하지만 리뷰가 주관적이라고 하는것은 보통 사람들이 크게 잘 모릅니다. 그냥 남의 말만 믿고 '아 이건 재미없구나','아 이건 재미있구나' 라고 하는 중요한 척도와 대세를 가르는 판가름이 되는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관적이기 때문에 나도 다른 시선으로 보고 글을 쓰기 때문에 모든 말을 해도 용납된다' 라는 것 자체는 리뷰어가 절대 가져서야 하는 안되는 마인드이며 , 개인적인 관점보다는 주변의 넓은 식견과 평가와 자신의 평가를 비교해보고 왜 어떠한 점에서 난 쓰게 되었는가? 타겟층은 어떠한가? 애니메이션이 목표한 재미를 주는가? 현실과 비교했을때 어떠한가? 라는 다분히 다양한 시점과 주제에서 명확하게 선택하여 평가하는 관점이 여러모로 필요합니다.

깊게 들어가기가 힘들다면 정보의 조합과 함께 정보를 조합한 자신의 평가를 가볍게 다는 것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보의 조합과 실제로 보고 난 이후의 칼같은 평가는 이러한 서브컬쳐 장르에서는 다분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됩니다. 베스트 아니메의 기본적인 정보 + 평가를 보기만 해도 많은 공부가 되기에 저도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PS : 애초에 노리고 만든건 대부분 다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하실 필요가 없다는 말 또한 도움이 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리뷰를 보건대, 감히 소인배의 평가로는 리뷰가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이러한 가벼운 작품에 주는 무게의 딜레마가 엄청나신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뉴타입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한 뭇매 리뷰에 여러가지 관점으로 흥미롭게 봤습니다.
 
지나가는 방문객이었습니다. 리뷰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 댓글에 대한 답변

달린 댓글이 포스팅 분량보다 많아서 순간 움찔했습니다. 우선 진심어린 충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비로그인 댓글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요. 길게 댓글을 달아주셨으니, 저도 거기에 맞게 제 의견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뷰라는 게 쓰다보면 참 오묘한 글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나는 객관적으로 적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관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리뷰를 오랫동안 써오면서 항상 느끼는 건 객관성과 주관성의 줄타기를 유지하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로 어렵다는 것이지요.

리뷰자체가 너무 주관의 함정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딱히 변명할 말은 없습니다만, 굳이 핑계아닌 핑계를 대자면 리뷰를 쓰는 데 참고할만한 사항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것과, 강한색깔내기를 하는 도중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만세에 대한 뭇매나 다름없는 평가를 내린 이유에 대해서 좀 덧붙이자면, 저는 사실 이 작품에 대해 거는 기대가 좀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애니속에 다큐를 찾는 식의 그런 기대가 물론 아닙니다. 현실성이 있다없다는 논하는 건 웃긴 논쟁에 지나지 않습니다. 굳이 제가 위에서 어중간하다는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한건, 처음에는 웃으려고 본 신만세를 갑자기 무리하게 성장물 특유의 플롯을 사용한데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단타를 잘 치는 타자가 무리하게 풀스윙을 휘두르는 모양새처럼 말입니다.

이미 '불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시점에서 제가 대놓고 주관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 되었지만 사족을 덧붙이면 이렇습니다. 어차피 노리고 만든 애니는 그 나물에 그 밥이며, 거기서 작품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점도 이해는 합니다. 다만, 단순히 이 작품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까라는 이유 하나가 일종의 면죄부 형식으로 작용되는 것은 말씀하신 객관적인 열린 평가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로 먹고 사는 애니니까 그 이상 따지지 마라는 소리는 항상 듣지만, 리뷰를 쓰면서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세상천지에 원래 만들어질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작품 따위는 없으며, 그렇게 보는 것 자체야말로 작품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한하는 게 아닌가라는 게 이 때까지 제가 리뷰를 써오면서 펼쳐온 지론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이건 말씀하신 무리한 작품성 요구와 무거운 리뷰에 대한 일종의 개인적 답변이었고... 왜 저런 결과물이 나왔느냐에 따른 보다 정확한 답변을 하자면 분량의 한계라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길게 쓰면 사실 많은 걸 담을 수 있습니다. 균형을 유지하기도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길게 써서 좀 더 양질의 리뷰가 될수록 더더욱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겁니다.

약간의 고백을 하자면 최근의 제 주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잘쓸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읽게 만들까'였습니다. 위 리뷰도 네이버 영화쪽의 형식을 참고해서 작성하는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며, 현재도 여전히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시도해본 것들중에는 이 방법이 가장 반응이 좋아, 지금은 이쪽 종류의 글이 메인이 되고 있습니다.

위 리뷰의 특징적인 부분은 분량이 리뷰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극도로 짧다는 겁니다. 분량이 대충 1000자면 어지간한 리뷰의 서론에 본론 조금정도입니다. 이 분량에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형도 고려해야하고, 본인의 색깔도 내야하고, 흥미도를 높일만한 글까지 써내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우선순위를 정할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번 신만세 리뷰가 그 부작용이 겉에나온 케이스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변명이나 핑계에 지나지 않으며, 전적으로 제 글 실력이 부족한 탓이 맞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도 지금 애니클립은 제대로된 리뷰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여러가지 헛점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읽힐수 있는 리뷰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앞으로 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애니클립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항상 반성하고 있으며, 좀 더 좋은 리뷰가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게 아닌가라고 개인적으로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의견이 달려서 상쾌한 기분과 동시에 제 리뷰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게 맞는 건지에 대한 반성과 리뷰라는 글에 대해서 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성어린 댓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댓글도 달아놓았고, 포스팅도 해놨지만, 혹시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답변을 읽어주실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다못해 블로그 주소라도 남겨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비로그인 유저의 댓글이라 어디의 누구신지 알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리뷰어는 댓글을 먹고 산다는 데, 아직 이런 댓글을 받을 수 있는 저는 행복한 리뷰어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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