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강각의 레기오스 : 족보의 힘이 부족했나. // 400만부의 누적 발행부수를 기록한 라이트노벨 원작. 스포츠로 따지면 커리어하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성우 오카모토 노부히코와 흠잡을 데 없는 성우진. 큰 한방은 없었지만 꾸준히 제작경력을 쌓아온 카와사키 이츠로 감독. 이런 사실들만을 놓고 보면 「강각의 레기오스」는 꽤 그럴싸하게 보일만한 작품이다. 작품 내적으로도 흥미로운 세계관에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뚜렷한 목표지점을 선택하고 정확히 타격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추천용 작품의 범주에 집어넣지 못하는 이유는 이전에 이미 이와 비슷한 컨셉의 좋은 선례가 될만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선배들로부터 대대로 물려내려온 족보를 달달 공부해서 시험을 봤는데, 무난하게 패스할 수준은 되지만 선배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특히 잔가지를 많이 치는 갈등구성, 어색한 동적 연출, 스토리 배분의 실패로 인한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족보를 한번 보고 친 시험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강각의 레기오스」가 충분히 즐길만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작품이 건담, 에반게리온 시리즈부터 무수히 등장했던 재패니메이션의 액션작품들과 다르거나 혹은 나은 점이 있을까? 대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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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히다마리 스케치 : 따뜻한 일상과의 조우 // 망가 타임 키라라에 연재중인 아오키 우메 작가의 4컷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있는 「히다마리 스케치」는 2000년대 중반들어서 눈에 띄게 증가한 일상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때문일까. 지붕 아래 사는 여고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처리한다는 일상물 기존의 래퍼토리 자체는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보 감독 특유의 연출 능력은 지루해질만한 공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작품을 견인하는 힘을 선사한다. 강렬한 원색의 대조적인 배치, 불필요한 요소의 과감한 생략, 실사의 적극적인 활용. 지금보다 오히려 더 패기 넘치는 과거 신보 감독의 초창기 연출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만이 가지는 숨겨진 재미다. 방송 당시 후지산을 그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단순히 글자로 처리해버린 일명 후지산 참사라는 역대 최악의 작화붕괴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뒤돌아보면 그것도 「히다마리 스케치」라는 작품을 기억해낼만한 하나의 오랜 추억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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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꽃이 피는 이로하 (꽃이 피는 첫걸음): P.A Works의 정공법 //그 동안 P.A Works는 신생 제작사답게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카난」, 「엔젤비츠」에서 보여준 밀도있는 액션 연출과 「Another」의 심리적 공포를 컨트롤하는 그들의 능력은 상업적 성공여부를 떠나서 괄목할만한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들의 특기이자 정체성이라고 부를만한 장르는 역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침드라마 같았던 그들의 처녀작 「트루 티어즈」의 당시 임팩트는 생각외로 놀라운 것이었으니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꽃이 피는 이로하」는 과거로의 회귀이자,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한 드라마 장르에서의 재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로하는 성장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는다. 여관에서 일하는 소녀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의 위기와 해결과정을 다룬 플롯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시청자들의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소 뻔하다 싶은 스토리 때문에 실망할법하나, 이런 뻔한 성장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로하가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유는, 드라마 장르에 특기를 가지고 있는 P.A Works의 정공법 때문이다. 꿈과 희망이라는 요즘 시대치고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만한 이 소재들을 이로하가 굳이 에둘러서 표현하지 않는 건 제작진 나름의 자신감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작품의 전반적인 호흡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지 않고, 집중력 있는 초반, 후반과 달리 중반 파트가 굉장히 루즈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적절한 시기에 뚜껑을 열어 주위를 환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로하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미숙한 대처를 보인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중간 고갯길이 좀 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팍팍한 다리를 주물르며 가다보면 꼭대기에선 온 몸을 적시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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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비탄의 아리아 : 그들이 가진 컬러 // J.C Staff는 다작을 하는 제작사지만, 그들이 가진 컬러는 꽤 뚜렷한 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라이트노벨 애니화붐에 일조한 「작안의 샤나」와 「제로의 사역마」는 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신화이며, 이 작품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츤데레 캐릭터로 일약 스타가 된 성우 쿠기미야 리에를 굉장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비탄의 아리아」는 제작사로서의 J.C Staff가 이때까지 지녀온 그들만의 컬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캐릭터를 살리는 세부적인 표현력이나 특유의 연출은 여전하다 싶을 정도다. 그러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세 번 들으면 지겹다고,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메뉴는 이제 식상하고, 강산이 마르고 닳도록 들은 쿠기미야 리에의 츤데레 연기는 좋고 싫음을 떠나서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다. 작품은 배경, 설정이 스토리 전개와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탓에 원작이 가지는 강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고, 전개를 한곳으로 집중시키지 못하는 탓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액션이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액션 신에 대한 연출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 “이제는 J.C Staff가 만들면, 작품이 후져보인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고, 그들의 허망한 최근 필모그래피 안에서조차 늘 최소한의 미덕을 찾아내곤 했지만, 이 작품만큼은 아니다. 과거도 좋고, 컬러도 좋지만, 이제는 J.C Staff에 새로운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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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이국미로의 크로와제 : 시청 전에 색안경은 벗어주시길 // 「이국미로의 크로와제」는 19세기 일본문화가 유행하던 유럽을 배경으로, 일본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유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눈에 띄는 스토리나 아이디어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정제된 연출과 성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특히 19세기 프랑스에 대한 뛰어난 현장고증과 세세한 부분의 표현력은 이 작품의 백미.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지만, 행여 당신이 이 작품의 주제는 ‘자포니즘에 대한 무한찬양’이라는 풍문에 보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보고나서 판단하자. 자국 문화에 대한 다소 오버스러운 표현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주요포인트는 결코 일본문화만세가 아니다. 그보다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충돌함으로써 생기는 컬쳐쇼크에서 비롯된 소소한 일상의 재미에 뚜렷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반드시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색안경은 벗어두자. 그러면 이 작품의 숨겨진 매력과 대면하는 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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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스파이럴 ~ 추리의 끈 (추리게임 뫼비우스의 띠) : 묻지마식 달리기 // 「스파이럴 ~ 추리의 끈」은 10년 전, 「아즈망가대왕」으로 확실한 탄력을 받은 J.C Staff가 제작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로컬라이징이 이루어져서 「추리게임 뫼비우스의 띠」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형을 찾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블레이드 칠드런’이라는 저주받은 아이들의 존재.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은 아이들이라니 얼마나 그럴싸한 아이템인가. 그러나 그렇게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빈약한 이야기의 합리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허술함 탓에 강렬한 첫 인상은 뒤로 갈수록 무참하게 허물어져 내린다. 극 중 주인공과 블레이드 칠드런 사이에서 벌어지는 추리 배틀은 충분히 볼만한 요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납득할만한 이유까진 제공하지 못한다. 그들이 왜 저주받았는지, 왜 죽어야하는지에 대한 모든 의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다. 묻지마식의 스토리 전개가 상황에 따라선 관객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필요한 설명조차 생략해버리는 이 작품의 구조는 호기심은커녕 보는 이들의 짜증을 증가시킬 뿐이다. 목적지도 모른 채 가속 페달만 밟아대는 택시에 탄 기분이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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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충사 : 옴니버스의 좋은 예 //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는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약점. 그것은 장르적 특성상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작품 속으로 쉽게 빠져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옴니버스 형식은 재미있게 만들기 힘들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충사」는 어려운 길을 갔다.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서, 굉장히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충사」는 잇몸으로 차돌을 씹어 먹는 작품이다. 하나의 큰 작품으로 집중시킬 수 없다면, 옴니버스가 가지는 단편의 힘으로 극복한다. 이것이 「충사」가 택한 전략이며, 고집스러울 정도로 옴니버스 장르의 교과서적 공식에 충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맺고 끝맺음이 확실하고, 25분의 소중한 러닝타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군더더기 없는 집약적인 단편 구성이 옴니버스의 강점을 돋보이게 만든다. 뒤가 궁금해지는 다음 이야기가 없어도 우리는 다음에 나올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옴니버스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훌륭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과장하거나 감동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 절제미와 스토의 분위기를 살리는 연출과 음악 역시 돋보인다. 이 정도 결과물이면, 옴니버스 기법이 자주 활용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지표가 될 수 있는 옴니버스의 좋은 예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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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러브돌 ~ Lovely Idol : 개척자와 좋은 작품의 관계 // 「러브돌」은 Lovely Idol의 준말로서, 제목에서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듯이, 신인 아이돌이 스타의 자리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는 성장드라마다. 「만월을 찾아서」부터 시작된 아이돌 육성이라는 타이틀과 당시 06년부터 시작된 캐릭터 산업의 붐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작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은 「아이돌마스터」와 상당히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 표현이 적절할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장르적 측면에서 볼 때 「러브돌」은 분명 개척자다. 그러나 개척자라는 위치가 반드시 좋은 작품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작품은 몸소 보여준다. 드라마는 갈팡질팡하고, 감동을 위해 마련된 장치는 뜬금없으며, 하다못해 이 작품의 핵심 볼거리랄 수 있는 라이브 장면조차 현장감과는 거리가 멀고, 성우들의 연기는 틀에 박혀 있다. 긴장감 조성을 위한 매니저와 아이돌 사이의 갈등관계를 엮어보려는 제작진 나름의 시도가 눈에 띄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작품의 전체적 호흡만 흩트릴뿐이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은 결코 야박해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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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엔젤비트(엔젤비츠) :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반발도 없다면 // 요 몇 년간 대중들로부터 가장 시끄러웠던 작품을 고르라면, 필자는 단연 「엔젤비트(엔젤비츠)」를 꼽는다. KEY사의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마에다 쥰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처녀작이라고 하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중들의 기대치를 올리기에는 충분했다. 「에어」, 「카논」, 「클라나드」에 이르기까지, 마에다 쥰이 쓴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유사한 전략을 따른다. 이야기의 합리와 호흡을 일정 부분 희생시키는 대신, 감동을 부채질하는 코드를 스타카토 마냥 늘어놓는 것이다. 관객이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정의 물결이 작품전체를 덮어버리는 식이다. 나쁘게 말하면 눈속임이지만, 좋게 말하면 영리하다. 「엔젤비트(엔젤비츠)」 역시 전작만큼 낭만적이다. 다만, 전작만큼 영리하진 못했다. 기존의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았고, 결과적으로 감동적 결말보다 희생된 합리가 더 크게 비쳐지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했음에도 필자가 굳이 이 작품에 대해 손가락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흠이 대중들에 의해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사후세계의 컨셉과 캐릭터, 음악의 개별적 요소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그는 여전히 편하게 볼 수 있는 평균 수준 이상의 오락 애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작과 비교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라는건 변함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기대하는 높은 기대치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경우다. 방송 후 2년인 지금, 이 작품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반발도 필요없을 것이다. 필요한 건 작품과 관객이 일대일로 직접 마주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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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오오카미 씨와 7명의 동료들 : 빌려온 상상력의 한계 // 일반적인 러브 코미디 장르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동서양의 각종 동화와 민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컨셉을 차용했다는 점은 확실히 신선했다. 물론 이 작품이 10년 전쯤에 나왔다면 말이다. 동화 속 등장인물을 가져와 재해석했다는 부분에서 좋든 싫든 드림웍스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1억 달러씩 투자되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고작 해봐야 제작비 3백만 달러로 만드는 재패니메이션. 같은 저울대에 올리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꼭 작품이라는 게 투자된 돈의 양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비교 못 할 상대도 아니다. 사실 서로 계급장 떼고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붙었다면, 완패까진 아니어도 한번 싸워봄 직한 상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오카미 씨와 7명의 동료들」은 ‘짝퉁’이라는 계급장을 떼는 것조차 버거워보인다. 등장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동화적 컨셉 자체만 패러디해서 끼워맞추고 있을 뿐, 결국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러브 코미디의 틀은 깨진 못한다. 상상력을 빌려온 부분까지는 좋았지만, 빌려온 상상력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뚜렷한 한계가 아쉽다. 내레이션의 아라이 사토미를 비롯한 호화 성우진의 연기도 이 작품의 허물을 덮기에는 역부족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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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아노하나) : 클리셰 조각으로 만든 꽤 훌륭한 퀼트 // 무엇인가 소원이 있어서 이승에 남은 유령이 있고, 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유령의 흩어진 옛 친구들이 다시 모여 유령의 소원을 이뤄주려고 한다. 이 한 줄 스토리요약만 읽고 보면,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는 이미 영화에서 몇 번이나 우려먹은 진부한 클리셰 덩어리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각 천을 잘 못 꿰매면 누더기가 되고, 잘 꿰매면 퀼트가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드라마 장르의 클리셰 조각으로 만든 꽤 훌륭한 퀼트다. 삶과 죽음, 그리고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잃어버리는 것들. 신선하다고 할 만한 요소는 분명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진부하지만도 않다. 십대들의 단순한 치정극이 그들의 성장담, 그리고 삶에 대한 고찰과 맞물리면서 태어나는 스토리 구성은 충분한 밀도와 흡인력을 제공한다. 많은 드라마 장르들이 실수하는 부분은 감동적 결말 하나에 올인해서 결말에 이르는 여정 자체가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맹점을 특유의 스토리로 극복한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재치는 눈여겨볼만하다. 더불어 이 퀼트를 인상적인 스티치로 마무리한 카야노 아이의 멘마 연기는 데뷔 2년차 신인 성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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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성검의 블랙스미스 : 진부한 반쪽짜리 결과물 // 「성검의 블랙스미스」는 우후죽순 제작된 과거를 비교하면, 요즘은 꽤 찾기 힘들게 된 중세 판타지 장르의 2000년대 후반을 장식하는 몇 안 되는 작품이다. 블랙스미스(대장장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특이점을 제외한다면, 이 때까지 중세 판타지 장르가 보여주었던 선례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나쁘게 표현하면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어떤 진부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어디선가 본 악의 세력과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어디선가 본 주인공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드러난다. 여러 가지 클리셰들로 얽히고설킨 스토리는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하며, 중세 판타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에 대한 연출도 다소 미적지근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작품은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토리에 대한 매듭도 짓지 못한 채, 엔딩 크레딧을 올렸다. 반드시 속편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강한 의지였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하면 원작 소설을 사서 읽어보라는 무언의 압박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는 보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반쪽짜리 결과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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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 선택과 공감의 재미 //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인생을 길에 비유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이처럼 우리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를 수반한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프로스트가 말하는 ‘인생에서의 선택’에 대한 고찰인 동시에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가상적 시나리오에서 우러나오는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루트 시스템을 따르는 미연시 장르도 역시 선택의 재미가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긴 하지만, 미연시가 장밋빛 해피엔딩이라면, 다다미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배드엔딩의 나열에 가깝다. 그리고 작품내내 인생이란 것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서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나열이라는 컨셉은 옴니버스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후반부에 모든 시나리오를 통합하는 의외성이 인상적이다. 분명 최근 흐름에 편승하는 그런 종류의 세련된 작품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공감이라는 소재를 이토록 힘 있게 표현한 작품을 본 게 얼마만인가. 일상물들이 범람하는 진흙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진주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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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우주의 스텔비아 : 나데시코의 벽 // 「우주의 스텔비아」는 요 몇 년간 소식이 없다가, 최근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사토 타츠오 감독의 초창기 SF 라인업 중 하나다. 작품은 항성 폭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인류가, 이후 찾아올 재앙을 극복하는 과정과 등장인물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SF 드라마로서 그 상상력도 나쁘지 않고,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히로인이라는 다소 어려운 역할을 맡은 성우 노나카 아이의 열연 역시 꽤 볼만하다. 게다가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아버지 사토 타츠오 감독이니, 이 작품에 대해 연출의 기본기를 운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되는 건, 타츠오 감독의 SF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이유일 수도 있다. 각 등장인물들의 갈등 속에서 펼쳐지는 감정묘사는 세세하지만, 지나치게 근시안적 표현에 집중한 나머지, 갈등이 해결에 이르는 과정은 왠지 납득하기 힘들다. 2쿨이라는 다소 많은 분량 때문인지 분위기를 이어가는 호흡은 일정치 않고 자주 끊기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 부족이 아쉽다. 행여 타츠오 감독의 전작 나데시코를 염두해두고 본다면, 그 기대는 넣어두자. 괜찮은 결과물임에는 이의가 없지만, 스텔비아가 나데시코라는 이름의 커다란 벽을 넘기에는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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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DOG DAYS (도그 데이즈) :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 세븐 아크스가 제작한 7년만의 오리지널, 나노하 시리즈를 탄생시킨 스태프들이 재집결했다는 사실들을 놓고 본다면, ‘포스트 나노하’가 연상되는 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7년 전 그들의 첫 오리지널 작품인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가 다소 덜 성숙한 하룻강아지였다면, 「DOG DAYS」는 풍월을 읊는 7년차 서당개에 가깝다. 플롯의 구조자체는 꼬아놓은 부분없이 단순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다져온 노하우를 뽐내듯 액션신의 표현은 전보다 유려해졌고, 세세한 연출적 요소도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대대로 내려오는 제작사 전통처럼 취급되는 고질적인 작화붕괴를 참고 볼 수 있는 약간의 인내심만 갖고 있다면, 꽤 좋은 결과물이다. 나노하라는 큰 한 방 이후에 이래저래 헛스윙만 휘둘러오던 제작사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안타 하나를 만들어낸 셈이다. 성인용 OVA나 만들던 제작사 세븐 아크스가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은 나노하였다. 과연 「DOG DAYS」가 나노하가 맡고 있던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까. 그건 좀 더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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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신만이 아는 세계 : 그럴듯한 명분, 실망스러운 과정 // 정통 로맨스에 로맨틱 코미디까지 합치면 로맨스 장르가 대중화 수준을 넘어 거의 매분기에 몇 개씩 쏟아진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슬슬 이쯤 되면 애니메이션 속 남주가 아리따운 미소녀들과 사귀는데 더 이상 무슨 명분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신만이 아는 세계」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연시계의 함락신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도주혼에 씌인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히로인들을 차례로 공략한다는 설정은 꽤 그럴듯한 명분으로 들린다. 여기에 공략된 히로인들은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편리한 설정까지 추가한 덕분에, 페러렐 월드의 장점만 쏙 빼먹는 영리함까지 갖췄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가벼움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이 작품의 깊이는 너무나 얕아서 밑천이 다 드러날 지경이다. 정말 단순히 웃기려고 만든 건지, 게임 속 세계에 사는 주인공이 현실 세계의 연애를 통해 한 걸음 성장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건지도 딱히 명확하지 않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중간하게 웃기고, 어중간하게 진지하다. 내세운 명분에 비하면 결과에 이르는 과정은 실망스럽다. 여자는 단순히 남자에게 공략되어야 할 대상에 불과하며, 여성의 행동은 모두 남자가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미연시 플래그 시스템의 무한찬양 또한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다분히 성차별적이며,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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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돌아가는 펭귄드럼 : 늦춰진 왕의 귀환 // 90년대를 주름잡은 마법소녀물인 세일러문, 우테나 시리즈의 아버지,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 우리가 그의 이름이 걸린 작품을 보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표현을 빌리자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왕의 귀환이다. 11년만에 돌아온 그의 도전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돌아가는 펭귄드럼」. 유독 다른해 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흥했던 2011년.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필두로 시작된 흐름이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를 거쳐 이 작품에까지 이어지리라 쉽사리 확신했던 건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움이 앞섰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1년 만에 재회한 친구는 그 때 그대로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 친구가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 나팔바지와 자기의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의 알이 큰 안경을 끼고 나와서는 대뜸 ‘우리 옛날이 더 좋았잖아’라고 나에게 푸념한다는 것이다. 이쿠하라 감독은 가치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최소한 이 때까지 내가 봐온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비교해보면 그렇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언제나 명확하고 간단하다. 다만, 그걸 절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넌지시 던질 뿐이다. 그것이 90년대의 불문율이자 하나의 트렌드였다. 이쿠하라 감독은 언제나 이 틀 안에서 그만의 독특한 연출이라는 정공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해왔다. 「돌아가는 펭귄 드럼」 역시 이 룰을 그대로 따른다. 특색있는 연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카오스틱한 시간 구성, 근친과 스토킹같이 어두운 사회문제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은 옛날 생각이 날 정도로 여전했다. 그러나 11년이라는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그의 표현은 예전만큼 힘이 느껴지지도, 강한 전달력을 내포하고 있지도 않았다. 과거 우리가 눈빛만 보고도 서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던 사이라면, 지금은 그가 나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도, 그도 예전의 뜨거움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내가 기대했던 왕의 귀환은 계획보다 조금 뒤로 늦춰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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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한 그녀들의 하모니 - 아마가미 SS // Prologue 로맨스(Romance) - [명사]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또는 연애 사건 - 이 세상에 남의 사랑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 있을까. 남녀 간의 진실한 사랑 그리고 갈등. 온갖 역경을 딛고 이어지는 남녀 간의 인연을 브라운관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사랑이 이어진 것 마냥 즐겁다. 그것이 허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로맨스 장르가 꾸준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영화, 소설, 음악가사 등지에 자주 활용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유독 남성 구매층이 많은 서브컬쳐에서의 그 입지는 상당히 공고한 편이다.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 게임 등 1년에만 수십 개의 로맨스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지금도 미디어믹스의 일환으로 많은 작품들이 애니화 대열에 합류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남녀들이 등장하고, 이제는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를 인연이 작품 속에서 이어지는 시대. 저마다 나는 특별하다고 외치는 로맨스 작품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할까. 이번 시간에는 「아마가미 SS」를 통해 그 힌트를 찾아보자. // 미연시? - 작품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아마가미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아닌 2009년 엔터브레인사에서 발매된 동명콘솔게임을 원작으로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게임 원작을 가진 작품이 새삼스럽게 드문 건 아니지만, 굳이 원작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시스템 구조 때문이다. 아마가미는 통칭 미연시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이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줄여서 미연시. 갸루게, 에로게, 비쥬얼 노벨 등 게임 특징이나 컨셉에 따라서 불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세한 정의, 종류, 역사에 대해서는 접어두자. 이 게임의 핵심은 말 그대로 연애 = 로맨스이다. 게이머는 게임에 등장하는 히로인들과 친해지고 호감도를 높여 끝에는 사랑의 연을 맺는 걸 최종 목표로 한다. 게임에 따라 하렘 왕국 건설 같은 특수한 결말이 가끔 있긴 하지만, 일본은 철저한 일부일처제이므로 대부분의 게임도 이 룰을 따른다. 따라서 게이머는 등장하는 많은 히로인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와 결말은 어떤 히로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과정 경로를 ‘루트’라고 부른다. 이것이 게임 미연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의 골자다. // 애니메이션과 미연시와의 차이점 - 애니메이션 ‘학생회의 일존’을 기억하는가? 오프닝도 나오기 전 1화에서 뱉은 그들의 첫 마디는 이렇다. ‘미디어의 차이를 이해해라’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데, 미디어믹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오늘날 가장 심도 있게 생각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 미연시와 애니메이션의 차이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은 작품의 진행방식이다. 미연시의 모든 자유는 항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 즉 게이머 손에 있다. 스토리는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서 움직이며, 그에 따른 결말도 모두 다르다. 반대로 애니메이션의 선택권은 제작자의 몫이다. TV는 기본적으로 일방형 커뮤니케이션이다. TV에다가 시청자가 아무리 소리를 쳐도, TV는 제작자가 선택한 시나리오대로 한결같이 흘러갈 뿐이다. 여기서 바로 애니메이션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각 히로인들에 대한 시청자들이 느끼는 호감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원하는 결말 역시 다르다. 하지만, 일방통행밖에 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은 좋든 싫든 한 가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통상적으로는 가장 인기가 좋은 히로인이 주인공과 이어지는 결말을 선택한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 선택받지 못한 히로인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초반에 할당되는 게 일종의 관례다. 그러나 시간과 분량의 제한이 있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어느 누군가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히로인이 생기기 마련. 따라서 이 과정에서 언제나 팬들과 제작사의 마찰이 생기며, 결말을 놓고 팬들과의 험한 논쟁이 오가는 게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 매년 많은 미연시 원작을 가진 애니메이션들이 종영이후에도 꾸준히 잡음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이유다. 실제로 인기 미연시를 원작으로 가지고 있는 「D.C 다카포」나 「그대가 바라는 영원」의 경우 결말에 불만을 가진 팬들의 강력한 요청을 수렴하여, 결말이 완전히 다른 OVA 형식의 작품을 제작하는 웃지 못 할 경우가 있기도 했다. 차선책으로 결국 그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는 열린 결말 형식을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이야기 진행이 산만해지고 남과 여가 이어지는 로맨스 장르의 특유의 재미가 사라진다는 측면을 놓고 보면 작품성에서 아무래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때까지 많은 제작사들이 이 저주같이 뒤를 따라다니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으며, 지금도 많은 실험적인 연출과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 통하였느냐 1. 옴니버스의 보완 - 앞서 이야기한 애니메이션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가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옴니버스. 옴니버스의 정확한 정의는 따로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몇 개의 단편을 결합하여 전체로서 정리된 분위기를 내도록 한 기법을 일컫는다. 단편의 결합. 이것이 옴니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가미는 이 단편의 힘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각 히로인별로 일정 분량을 각각 배정한 후, 그 분량 안에서 각 히로인별로 달라지는 스토리의 스타트와 엔딩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설명한 미연시 시스템처럼 모든 루트를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내놓은 일종의 자구책인 셈. 특히 각각의 단편 스토리가 아마가미라는 작품전체를 구성하지만, 그 단편들 간의 간섭이 전혀 없다는 점은 짧지만 강한 몰입감을 줄 수 있는 OVA의 강점을 옴니버스에 적용시킨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유의 스토리 구성 덕분에 아마가미는 미연시 원작 애니메이션들이 가진 딜레마를 극복하는 동시에 스토리 전개의 유연성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히로인이 무대 뒤로 밀려날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 아닐까. // 2. 충실한 기본 그리고 변화 - 작품을 구성하는 건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위치는 스토리 이상으로 중요하다. 특히 옴니버스 구성을 따르는 아마가미의 경우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히로인들의 캐릭터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방식이라, 캐릭터로 어필하지 못하면 나머지 부분까지 같이 무너지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제작사 AIC는 이미 캐릭터성이 강조되는 작품을 다수 제작했으며, 그에 대한 경험과 연륜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떤 것이 중요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으며, 그래서 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투박하지 않은 유려한 작화, 히로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의 선정, 단편별로 달라지는 엔딩의 연출은 모두 기본에 충실한 결과물인 셈이다. 여기에 아마가미는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소소한 변화 역시 잊지 않는다. 옴니버스 구성을 제쳐두더라도 기존 로맨스 장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던 내레이션의 등장, 자유로운 카메라 앵글, 광원의 적극적 활용같은 실험적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런 조그마한 변화가 눈에 띄는 건, 이런 변화들이 어디까지나 탄탄한 기본이라는 바닥위에 쌓아올려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불통한 점 - 2% 부족해 보이는 로맨스의 깊은 맛. 로맨스는 남과 여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 계기와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원초적 재미에 포인트를 주는 장르다. 사랑으로 인한 갈등과 얽히고설킨 삼각관계는 전통적으로 로맨스가 추구해온 대표적인 스토리 라인이다. 다만, 이 관계묘사에서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부분은 이런 표현을 소화해 낼만한 분량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아마가미는 각기 다른 단편을 엮는 옴니버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루트를 두루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건 바로 양날의 검으로도 작용하는데 그것은 모든 루트를 여유 있게 보여주기에는 할당할 수 있는 분량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사실이다. 사실 옴니버스 형식은 아마가미가 처음으로 시도한 방법은 아니다. 몇몇 작품들이 옴니버스 방식을 통해 제작이 되었는데 로맨스 장르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이 푸른 하늘의 약속을」 이 있다. 옴니버스라는 방법의 선택은 좋았지만, 문제는 애니에 전체 할당된 방송량이 단 1쿨이었다는 점.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넉넉한 분량이 없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의 허점 같은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케이스로 기록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영상의 나열이다. 단순히 소설이나 게임처럼 텍스트 몇 개 추가하면 끝날 일이 애니메이션은 25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따라서 제한된 분량 안에서 어떻게 에피소드를 표현해 낼 것인가가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는데, 옴니버스에서는 그 압박이 타 작품보다 더 심한 케이스다.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아마가미는 이전 작품들이 간과한 분량 조절 문제를 2쿨을 통해 최대한 여유 있게 늘리고, 중요도가 높은 에피소드만을 뽑아서 스토리 구성이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절치부심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파국으로 치닫는 갈등을 통해 전해지는 긴장감은 먼 나라 이야기며, 몇몇 히로인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엔딩을 남기기도 했다. 분명히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한 과거 작품들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지만, 그래도 여전히 로맨스 특유의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에필로그 - 요 몇 년간 미연시 원작 애니메이션들의 연달은 실패를 고려한다면 아마가미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옴니버스 구성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했으나, 로맨스 장르가 오랫동안 골치를 썩여온 루트 선택의 딜레마를 옴니버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곳곳에 숨어있는 아마가미에 대한 제작진의 열의가 작품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올해 2012년 1분기에 뒷이야기를 다룬 「아마가미 SS+」가 전파를 탔으며, 전작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라면 한 번 기대를 걸어도 좋으리라 믿는다. 추운 겨울, 당신의 옆구리가 시리다면 오늘은 따뜻한 로맨스 한 편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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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애니 리뷰의 모든 것 (
http://cafe.naver.com/oktaesokkk) 에서 주최중인 11회 [리뷰 VS 리뷰]의 출품작입니다. 본 리뷰 이미지에 대한 2차 가공이나 수정은 금지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 리뷰 인생에 이렇게 100% 포토샵만을 이용해서 작성해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분량면에서도 제가 이 때까지 쓴 리뷰 중에서는 최장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걸 이틀만에 썼다는 게 제가 생각해도 기적이군요. 사실 대회 공지 자체는 몇 주 전에 이루어졌습니다만, 작품 선정도 이랬다저랬다식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뒤로 미룬 게 화가 되었습니다. 결국 제출 이틀전에 벼락치기로 만들다보니 이것보다 더 좋은 리뷰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제 원래 트레이드 마크는 YES or NO 입니다만, 이건 너무 주관적이며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컨셉 자체를 바꿔봤습니다. 역시 아이디어를 얻은 소스는 영화 평론 프로그램 부산MBC의 [시네마월드]를 참고하였습니다. 예전 KBS의 [영화 그리고 팝콘]도 그렇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언제나 이런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유용한 곳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시는 분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통하였는냐?' 는 영화 '스캔들'의 명대사로 상당히 애로틱한 (...)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물론 리뷰에서는 이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유발을 위한 단순한 네이밍 센스.

부산MBC 시네마월드의 코너 - 김미진의 通하였느냐


지금 리뷰에 관한 회원분들의 평가가 올라오고 있는데, 다행히 전체적으로 평이 나쁘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그러나 Intro 부분의 캐릭터와 스토리 소개 부분의 베스트애니메 자료를 별다른 수정없이 그대로 인용했다는 의견에서 예상치 못한 한방을 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캐릭터나 스토리 요약 자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자료라고 생각했던 탓에, 이 때까지 모든 리뷰에서는 베스트애니메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왔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한 잘못을 지적해준 적이 없기에, 이 부분으로 인해 제 리뷰에 대한 신뢰성까지 논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데이터와 분석을 철저하게 가르는 사람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 데이터보다는 당연히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과 해석에 보다 많은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 때까지 누가봐도 똑같은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일종의 데이터정도로 취급했던 것이 저의 결정적인 실책이 아닐까 싶군요.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의 중요성은 초등학교 독후감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인데,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저는 어느 새인가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자칭 애니메이션 전문 리뷰어라고 떠들지만, 저도 우물속에 쳐다보던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한 한 마리의 개구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망정, 저조차 모르고 있었던 단점을 고칠 수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번 리뷰는 저에게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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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NOHA The MOVIE 1st PROJECT




 마법소녀물은 7-80년대를 기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용되어온 단골소재 중 하나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요술공주 세리」 부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까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마법소녀들이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들이 생겨왔다. 특히 90년대는 마법소녀물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제작된 시기로, 마법소녀들에게도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이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7-80년대의 마법소녀가 대체적으로 손에 흙 하나 안묻힐 것 같은 전형적인 공주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면, 90년대 마법소녀는 직접 악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형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그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 바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세일러문」 이며, 뒤이어 등장한  「웨딩피치」 ,  「괴도 세인트 테일」 ,  「카드캡터 사쿠라」 같은 작품들도 모두 이런 속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는 2000년대. 세상은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한 때 효자 장르로 불리던 마법소녀물은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고, 제작되는 작품 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오늘 리뷰할 작품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이하 나노하)는 이런 마법소녀물의 위기속에 등장한 작품이다. 트라이앵글 하트라는 작품 속 대사도 몇 마디 없는 단역 소녀가, 마법소녀물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한순간에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한 일화이다. 나노하의 경우 90년대 마법소녀들이 가지고 있던 전사형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받았지만, 과거 작품들이 스토리 라인에 주를 이루고있던 로맨스라는 요소대신 액션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동 여성층에 한정되어 있던 마법소녀물을 대중적인 장르로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기존 마법소녀물에 존재하던 뚜렷한 선과 악의 존재와 그것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 상대적인 선악의 기준 그리고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지금까지도 마법소녀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200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찻집을 운영중인 부모님 및 오빠, 언니를 두고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나노하. 그러나 엉뚱한 계기로 다른 세계에서 온 소년 유노 스크라이어를 만나 마법의 힘을 얻게 되면서부터 그 평범한 생활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쪽 세계에 흩어져 버린 다른 세계의 유산 "쥬얼 시드" 찾아내 회수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된것이다. 쥬얼 시드는 이를 가진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댓가로 다른 것을 잃게 하거나, 그 욕심이 너무 큰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귀여운 페렛으로 변신 할 수 있는 유노와의 우정, 초등학교 3학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상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더해 남몰래 마법 소녀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나노하. 그러던 어느날 나노하를 적대시하는 마법 소녀가 나타나고, 양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제 3의 세력이 나타나면서 그 평온한 생활이 깨질 위기에 봉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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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성공에 힘입은 세븐 아크스는 3년 동안 2편의 후속 시리즈를 공개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작품에 대한 잡음 역시 존재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07년도에 공개한 3기 StrikerS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폭발적인 증가. 도대체 등장인물이 단순히 많아진 게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의 힘은 간판 캐릭터인 나노하와 그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3기에서 전작 캐릭터의 비중은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정출연정도의 역할이었다. 기존의 나노하 시리즈를 꾸준히 시청해오던 일부 팬들은, 나노하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나리오 구조가 3기에 들어서면서 급변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 외에도 제작사는 방송 내내 과도하고 복잡한 설정과 산만한 스토리. 그리고 특유의 작화붕괴 논란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비록 DVD 판매량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나노하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던 3기 StrikerS


이제 제작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어갈 것인가. 나노하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성공작이 없는 세븐 아크스로서는 나노하 시리즈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어나가기에는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원작 만화책 나노하 Force나 Vivid의 경우, StrikerS와 마찬가지로 기존 등장인물들의 낮은 입지가 문제시된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나노하 시리즈 인기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 1,2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작품을 조금 보강하는 형식으로 제작된 리메이크가 먹힐 만큼 요즘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택한 것이 극장가. TVA 시장은 얼어붙고 있었고, 극장은 애니메이션을 내다팔기에 아직까지 좋은 시장이다. 거기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의 큰 성공은 애니메이션 극장판에 대한 투자의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해서 공개된 나노하의 첫번째 극장판인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The Movie 1st」 는 1기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스토리의 핵심 요소만을 그대로 뽑아온 덕분에 전작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하는 한편, 나노하를 처음으로 접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이는 주인공의 낮은 입지에 대한 기존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새로운 잠재적인 시청자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좌 : 신보 아키유키 감독 // 우 : 쿠사카와 케이조 감독

1기의 제작을 맡은 '신보 아키유키' 감독이 아닌 2,3기의 '쿠사카와 케이조' 감독이 극장판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3기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신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나노하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신보 감독의 힘에서 비롯되었을 뿐, 그걸 받아먹은 쿠사카와 감독의 능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한 평론가의 독설이 그간 쿠사카와 감독의 마음고생을 짐작해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으로 그는 신보 감독의 나노하가 아닌 쿠사카와 감독만의 나노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이 업계에서 웬만한 창작보다 어렵다는 게 스토리의 압축이다. 특히 라이트노벨이나 미연시 게임등의 원작을 토대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만큼 스토리의 압축적인 구성은 요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지녀야할 기본중의 기본 능력이 되었다. 지나친 압축은 작품 자체를 망가뜨리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스토리의 긴장감이 사라진다. 거기에 130분이라는 제한된 런닝타임에 1쿨 애니메이션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로 쉬운 작업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쿠사카와 감독은 그것을 정말 보기좋게 해결해버렸다. 이제는 항상 뒤따라다니던 '신보'라는 꼬리표를 떼버려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극장 스크린이 TV 브라운관과 비교해 가지는 이점은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스크린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액션이 강조되는 장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거기에 놓고보면 표면적으로는 마법소녀물 장르이지만, 그 내면에는 왠만한 액션 장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나노하의 경우, 극장과의 궁합은 최상이라고 할만하다. 이번에 공개된 나노하 극장판은 액션을 중시하는 쿠사카와 감독의 코드에 맞게,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신이 대거 추가됨으로 인해 극장 스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나노하와 페이트가 쥬얼시드를 걸고 벌이는 최후의 승부는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히며, 화려한 움직임과 박력이 넘치는 사운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작화붕괴로 악명이 높은 세븐 아크스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고무적이다.






스토리 구성, 작화, 음악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신선함은 부족했다. 쿠사카와 감독의 새로운 나노하를 보았을지언정 새로운 것은 없었다. 전작과 비교해 프레시아 테스타로사 사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총집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스토리에 대한 필자의 냉정한 평가다. 우리는 리메이크의 개념에 대해서 단순히 정확한 재현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리메이크 역시 그 바탕만 비슷할 뿐 어디까지나 별개의 한 작품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제작할 당시 리메이크 형식으로 나가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보나 리뷰어의 입장에서 보나 역시 아쉽다. 원작을 파괴할 정도의 새로운 내용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틀안에서 에피소드 추가 혹은 엔딩의 변화라는 조미료가 첨가되었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작품의 성공적인 재해석이라는 측면과 놀라울 정도의 비쥬얼의 발전은 이제는 어느덧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나노하 시리즈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나노하 극장판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이후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3억 5천만엔의 극장 수익, 8만장 이상의 BD 판매량을 기록하며 또 한번 건재를 과시했다. 탄력을 받은 세븐 아크스는 이미 다음 시리즈인 A's 의 극장판 제작까지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이제 나노하는 TVA로서가 아닌 극장판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이자, 재패니메이션 시청의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서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P.S : 맨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리뷰가 8월달에 적은 이브의 시간이었으니, 무려 반년만에 적은 2011년 첫 리뷰인 셈이군요. Weekly Focus를 꾸준히 쓴 것도 아니라서 최근에 필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예전 리뷰와 비교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리뷰에서 형식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만, 필체 자체를 평어체로 교체하였다는 점과, 타이틀의 간단한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애니리뷰를 계속 이어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렇게 틈틈히라도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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