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영화 케이온! (케이온 극장판) : 스크린에 대한 이해 // 박스오피스 수익 17억엔, BD/DVD 초동 판매량 14만장. 「영화 케이온!」이 세운 놀라운 기록들이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박스오피스 붐 이후, 심야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대거 스크린으로 진출하여 인상적인 기록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케이온 극장판이 세운 상업적 성공은 괄목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세기의 명작이라는 다소 과장된 풍문에 들뜬 사람이라면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이 그만한 작품성을 겸비하였는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적받고 있는 형편인데다, 일상물로서 가지는 장르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은 TV와 다르다. 제한된 런닝타임 속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집중력은 잃지 않아야하는 장소가 바로 스크린이다. 하물며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여고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라니 대체 이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여기가 바로 쿄토 애니메이션이 경험있는 제작사로서 노련함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이런 어려움을 특유의 연출이라는 임기응변으로 극복해냈다. 자칫하면 늘어지기 쉬운 이야기를 한 템포 빠른 편집과 호흡으로 엮어나감으로써 관객들을 필요한 순간에 집중시키는 대목은 기존 TVA에서 찾기 힘든 것이었다. 여기에 패스트 커팅에 가까운 극도로 짧은 쇼트로 가속 페달을 밟다가도, 긴장감이 과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는 연출은 제작진이 가진 스크린에 대한 이해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상외로 케이온 극장판은 단일 작품으로서도 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지나치게 우연적이면서 진부한 클리셰들에 의존하는 스토리는 여전히 흠이지만, 특유의 연출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다. TVA와 스크린의 차이점을 아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장르가 가지는 장점을 살리는 능력. 그것이 케이온 극장판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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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화화 까지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앞서 칼럼에서는 소실의 제작상황과 비교하여, 케이온이 극장가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가 탄탄대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영화화까지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으며 작품 내외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5. 케이온의 과제 - 원작의 종료

케이온의 원작격인 4컷 만화는 현재 연재가 종료된 상태이다. 원작에서 소개한 스토리는 이미 TV 시리즈에 모두 할애하였으며, 실질적으로 제작사 손에 들어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보는 게 옳다. 따라서 원작이 종료된 이 시점에 추가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원작의 내용이 아닌 극장용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작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4권을 끝으로 종료된 원작 케이온 코믹스


오리지널 스토리는 제작자가 원하는 식의 자유로운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던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 역시 가지고 있다. 올해는 <엔젤비트>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스토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바 있지만, 현재 제작되는 작품의 대부분이 원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리지널 스토리의 작성은 확실히 리스크가 크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케이온의 주축을 담당하던 4인방이 졸업한 상태로 끝을 맺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전개 방향을 잡는 것 조차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6. 케이온의 과제 -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큰 틀의 스토리 부재


케이온은 여고생들 사이에서 일어날 법한 일상을 담고 있는 일상물이다. 필자가 항상 예전부터 지적해오던 일상물의 한가지 문제점은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스토리가 다른 장르와 비교해 다소 미약하다는 점이다. 한 예로 일상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히다마리 스케치>, <미나미가> 를 살펴보자.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주고는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큰 틀의 시나리오에는 소홀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몰입감을 떨어트리고 작품에 대한 지루함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일상물의 대표작인 <히다마리 스케치>와 <미나미가> 역시 극복할 수 없었다.


케이온의 경우 경음악부라는 구심점을 통해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이야기를 시간 흐름 순으로 나열함으로써 이를 극복해보려고 하는 나름의 노력은 보인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작품의 시작과 끝을 맺는 정도로 사용될 뿐, 에피소드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이루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케이온 역시 이전의 일상물들이 드러낸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7. 케이온의 과제 - 영화화를 위해서는 극적인 요소가 필수적
 

좋은 영화 시나리오가 되기 위해서는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 으로 이루어져있는 구성 단계가 확실하게 구분지어져야 한다. 시나리오 구성 단계의 관점에서 케이온을 바라보면, 발단에서 전개까지의 진행은 훌륭하다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내내 전개만 계속되다가 어느순간 절정이라는 구성 단계는 증발하고, 갑자기 졸업이라는 하강과 대단원으로 들어간다는 인상을 준다. 학교 축제를 비롯한 몇 개의 에피소드를 절정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절정 부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미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절정으로서는 2% 부족한 학교 축제


영화와 TV 시리즈는 엄연히 다르다. 다음 화의 개념이 있어 숨돌릴 틈이 있는 TV 시리즈와 달리, 영화는 90 ~ 120분 가량 되는 런닝타임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TV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지루함을 느끼기도 쉬운 것이 영화이며,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꾸준한 몰입도를 위해서는 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객들이 요구하는 것은 TV 시리즈에서 내내 보여준 따뜻한 일상이 아니다.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케이온만의 감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케이온 영화화가 단순히 TV 시리즈의 연장으로 끝날 것인지, 극장판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을지가 결정되리라 생각한다.



8. 그 외의 변수들

아직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애니메이션 제작이 아닌 실사 영화의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비롯한 꽤 많은 작품들이 실사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주 가능성이 없진 않다. 다만, 이 때까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서 성공한 작품보다는 실패한 작품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개인적으로 이 방향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들의 역량을 믿어본다.

케이온이 TV 시리즈를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쿄토는 흥행의 발판을 마련해 놓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미 하루히 2기의 실패로 증명되었듯이, 행여나 쿄토가 케이온의 인기만을 등에 업고 영화화를 성공시키겠다는 우를 범하질 말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일상물의 영화화가 절대 쉬운 도전이 아닌만큼, 철저한 준비와 그들만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물의 영화화라는 그들의 도전은 확실히 이 때까지 그 전례가 없었던 만큼 무모한 도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쿄토였기에 필자는 그들의 역량을 믿어보고자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케이온의 마지막 승패는 그들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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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노하입니다.
본 블로그의 주력은 애니리뷰입니다만, 최근에는 시청보고서나 애니칼럼 등의 부수적인 카테고리에 들이는 시간이 더 많지 않나 싶네요. 여러가지 면으로 리뷰를 구상해보고 있는 중이니, 꼭 좋은 리뷰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번 애니 칼럼에서는 2009년부터 애니메이션계를 뜨겁게 달군 <케이온>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눠볼까 합니다.





1. 케이온 영화화의 발표


2006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007년 <러키 스타>로 대중으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쿄토 애니메이션. 2009년 그들은 새로운 소재의 작품에 도전하게 되는데,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지금의 <케이온>. 대중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경음악이란 소재, 쿄토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특유의 캐릭터성을 잘 살린 이 작품은 2009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기 종영 이후 인기의 여세를 몰아 바로 2기 제작을 발표. 2010년에는 2기 방송과 동시에 오리콘 차트 상위권 진입 및 BD 최고 판매량 갱신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하는 영광을 누린 작품으로 등극한다. 그리고 케이온의 기나긴 고공행진은 2010년 9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종영을 고한다.


케이온 영화화 확정 소식

그렇게 마지막을 고했어야 할 케이온에 변화가 있었으니, 마지막 방송 이후 케이온 영화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3기를 간절히 바라던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반기고 있는 듯 하지만, 또 한쪽으로는 케이온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2.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의 흥행효과


케이온 영화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전에 쿄토 애니메이션의 또다른 히트작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시리즈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2006년, 하루히붐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하루히의 흥행과 애니메이션계에 미친 파급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3년 후인 2009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기>라는 이름을 내건 후속작이 방송되었다. 침체되어 있는 애니메이션 시장에 다시 한번 기적같은 단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희망적인 추측이 방송 전부터 난무할 정도였으니, 이 작품에 대한 팬들과 업계의 기대는 높았다.


   

'엔들리스 에이트'가 불러낸 재앙

그러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결과는 말그대로 참담. 새로운 연출력으로 소문난 쿄토는 스토리의 무한 루프라는 엔들리스 에이트를 선보였고,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전개에 시청자들의 기대는 순식간에 분노로 탈바꿈했다. 여기저기서 혹평이 쏟아졌고, 전작과는 비교도 할 수없는 저조한 DVD, 음반 판매량이라는 유래없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실패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갑작스럽게 발표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영화화. 엔들리스 에이트의 재편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팬들의 여론 속에서 올해 최고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이하 소실)>은 그렇게 탄생했다. 흥행 수입 7억 7천만 엔, 관객 동원수 55만명. 2006년의 영광의 재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올해 하루히와 쿄토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행보는 대단하다는 말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이번 소실이 달성한 기록은 2009년 2기 방송 이후 갖은 혹평속에서 일구어낸 것이기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흥행의 여세를 몰아 국내 개봉까지 결정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3. 케이온 영화화, 준비된 도전인가?


다시 <케이온>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필자가 케이온을 언급하기 전 하루히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이유 케이온과 하루히의 행보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1기의 흥행. 2기의 참패. 그리고 영화화의 성공. 2기가 성공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케이온도 비슷한 행보를 현재 밟고 있다.

  

쿄토의 얼굴인 이 두 작품의 행보는 상당히 닮아있다.


따라서 이전의 하루히의 사례로 보아 이번 케이온 영화화는 즉흥적인 기획이라기 보다는 소실로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쿄토의 준비된 도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3년이라는 제작의 갭, 2기의 참패라는 여러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실은 쿄토의 새로운 성공사례를 창조해내었다. 케이온의 경우, 2009부터 작품의 갭 없이 지금까지 방송을 해왔고, 2기가 1기보다 더욱 흥행한 케이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케이온의 영화화는 하루히보다는 훨씬 높은 성공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계산이 충분히 나온다. 필자의 개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소실이 예상 이상으로 성공해 버림으로써 쿄토도 케이온의 영화화를 어느정도 염두해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가지 케이온 영화화의 성공을 밝게 하는 부분은 쿄토 애니메이션의 뛰어난 마케팅 실력. 쿄토 애니메이션은 개성있는 연출력과 캐릭터성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애니메이션 기업같지 않은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도 유명한 그룹이기도 하다.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쿄토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1이라는 상품을 10으로 부풀리는 재주가 있다고 할 정도. 소실 때 극장가에서 증명된 그들의 마케팅 실력이 케이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가 된다면 케이온 영화화의 성공 역시 허황된 꿈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다음 칼럼에서 이어집니다]



평소에 리뷰나 칼럼에서 쓰던 경어체 대신 평어체로 써봤습니다. 써보니 일단 쓸 때는 편하고 글의 이해를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읽어보면 굉장히 딱딱한 글이 된다는 느낌이 조금 있네요. 댓글로 짧게나마 평어체 사용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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