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武梨えり/一迅社・アニプレックス





공모전에 출품할 조각상을 만든 미술부 소속의 소년 미쿠리야 진. 그러나 신목으로 만든 정령상이 갑자기 여자아이로 변하여 움직이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이 땅을 관장하는 '우부스나 신(神)'이라 소개한 소녀 나기는 진으로부터 신목을 베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한다. 그 신목은 이 땅의 '부정'한 기운을 억눌러 토지를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의 평안을 지켜온 나무였기에, 신목을 베어버리면 땅의 안위와 신인 자신마저 '부정'으로부터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영감이 강했던 소년 진에게는 벌레 모양의 '부정'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이를 알게된 나기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진의 신세를 지기에 이른다.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나기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진, 그리고 진과 나기를 둘러싼 개성이 넘치는 미술부 부원들까지 더해져 매일매일 소동이 끊이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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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마법, 악귀.  앞의 소재들로만 판단했을 때, 어떤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십중팔구는 판타지 장르라고 대답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과거 많은 작품들이 위 소재들을 활용해 수많은 모험과 판타지 장르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재들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상 코미디물을 만들어낸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번 6번째 리뷰작, 칸나기입니다.


신목으로 만든 조각상으로 인해 토지신이 '나기'라는 여고생으로 현신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작품은, 히로인이 신이라는 설정만을 들었을 때에는 판타지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나기와 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 속 해프닝을 그린 전형적인 코미디물입니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는 코믹한 일상물을 그린 미나미가나 러키스타와 상당히 비슷한데, 실제로 칸나기를 담당한 '야마모토 유카타(山本寛)' 감독은 일상과 코미디의 조합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쿄토 애니메이션의 '러키스타'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러키스타에서 볼 수 있었던 일상을 통해 풀어나가는 스토리 전개나 특유의 코믹한 연출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러키스타의 경우, 작품 속 등장하는 수많은 패러디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입니다. 감독 특유의 성향인지, 칸나기 역시 패러디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러키스타와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러키스타는 패러디를 위한 애니메이션인데 반해, 칸나기는 억지스러운 연출이 아닌 패러디가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패러디는 분명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연출 기법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강조되어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좋은 연출이라 할 수 없습니다. 칸나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패러디는 스토리 전개를 방해하는 일 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칸나기는 패러디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 모범 사례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일상물을 표방하고 있는 칸나기이지만 엄연히 큰 맥락의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상물로서 이름이 알려진 러키스타, 미나미가, 히다마리 스케치와 같은 작품은 전체적으로 큰 맥락의 스토리는 없으며, 매 회마다 서로 다른 내용의 에피소드가 모여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옴니버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칸나기는 첫 화부터 최종화까지 일상 이야기로 이어지는 여느 일상물들과는 달리, 뚜렷한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스토리 전개도 이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총 12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2/3 이상을 일상적인 에피소드에 할애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1/3은 갈등의 원인, 과정, 해결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상물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는 스토리의 부재로 인한 지루함을, 칸나기는 역으로 일상물의 스토리 채용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칸나기는 일상물 특유의 웃음과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몰입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칸나기에 사용되고 있는 소재는 분명히 일상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판타지적 성격이 강한 것들입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한 설정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일반적인 작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판타지와 일상물의 조화라는 시도자체는 분명 신선했으나, 칸나기는 이 소재의 특이성을 100%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나기'가 신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 속 설정자체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칸나기 속 등장하는 나기는 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흔히 있을만한 여고생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제작진 나름대로 설정에 대한 강화와 갈등 조성을 위해 나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 과거로의 회귀와 같은 일부 판타지적 내용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끼워맞추기식 활용으로 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작품의 구심점이 코미디와 일상에 맞추어져 있다보니, 판타지적 소재를 살리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판타지적 성질을 강조하게 되면, 일상물로서의 웃음과 가벼움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칸나기의 스토리 전개는 이 딜레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앞서 YES 에서 언급한 칸나기의 스토리는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작용합니다. 1쿨이라는 짧은 분량 속에 일상물의 재미와 스토리로서의 갈등까지 담아내려다보니, 스토리 전개는 급박하며 갈등의 해결구조에 헛점이 많이 드러납니다. 특히 갈등의 절정부터 결말을 담당하는 후반부 에피소드는 지나친 압축으로 인하여 억지스러운 느낌이 다분합니다.



때문에 칸나기는 일상물로서의 따뜻한 결말도, 갈등 구조가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결말도 아닌 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뜨드미지근한 결말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분량으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인 만큼, 제작초기에 2쿨을 구성해서 구성비율을 재조정했으면 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록 스토리 전개부분이나 소재 활용 부분에서 헛점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만, 칸나기는 이 때까지 일상물의 일반공식처럼 적용되던 형식을 깨버리고, 독자적인 작품 구성과 연출을 통해 일상물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할만한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2009년 시작된 케이온 붐으로 인해 일상물의 제작이 이전보다 활발해진 지금, 칸나기와 같은 새로운 시도, 새로운 의미로서의 일상물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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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

다음에 던질 공이, 내 인생 최고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 - 필 니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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