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GUST/月文化交流会





아주 오래전 달로 건너간 사람들이 만들었던 달의 왕국, 스피아 왕국. 그러나 스피아 왕국은 수백년 전에 일어났던 전쟁 이후로는 줄곧 지구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였다. 지구에 존재하는 유일한 연결 통로라 할 수 있는 미츠루가사키 중앙연락공시(市)에는 스피아 왕국의 대사관, 월인 거주구역, 왕립박물관 등이 설립되어 있었지만, 일반 시민이 월인, 혹은 달과 왕래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미츠루가사키 시에 사는 아사기리 가에 달 왕국의 왕녀 피나가 홈스테이를 하기 위해 찾아 오고, 사촌 누나인 사야카, 여동생 마이와 함께 살고 있던 소년 타츠야는 갑작스런 손님을 맞아 당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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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에반게리온으로 시작된 작품성 위주의 애니메이션 흐름의 종식을 알리는 시기인 동시에, 스즈미야 하루히를 필두로 캐릭터 중심의 애니메이션이 부상하는 새로운 흐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하루히의 성공으로 인해, 그야말로 캐릭터 전성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미소녀를 내세운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하루히가 방송된 이후의 2006년 3/4, 4/4 분기는 그 절정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시기. 이 거대한 격변속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내민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나노하의 7번째 리뷰 작품 [새벽녘 전보다 유리색인 - Crescent Love] 입니다.




새벽녘 전보다 유리색인 - Crescent Love(이하 요아케 - 새벽녘의 일본어)는 '달은 동쪽으로 해는 서쪽으로'의 제작사로 명성이 높은 AUGUST사에서 출시한 4번째 게임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원작 게임은 시장에서 대히트를 기록했으며, 지금까지도 명실상부 AUGUST사의 대표작으로 유저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요아케의 경우, 원작의 명성에 '대세는 캐릭터'라는 애니계의 흐름까지 추가되어, 게임 발매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애니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원작의 명성이 워낙 높았던 탓에 요아케는 제작 발표 단계에서부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어색한 스토리 전개를 비롯한 심각한 수준의 작화 붕괴 인하여 제작사는 방송내내 끊임없는 비난과 질타를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요아케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다른 실패작들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비운의 작품으로 지금까지 각인되고 있습니다.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 중 상당 수는 동명의 만화, 게임 혹은 소설을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경우 제작사 입장에서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애니메이션 나름의 전개로 나갈 것이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요아케는 후자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카노 타케시라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는 부분이나,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 전혀 다른 결말 등이 차별화의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작품내에 코믹성을 곁들인 부분. 사실 원작 요아케는 정통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라, 코믹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진지함을 중시하기보다는 코믹한 연출을 통해 웃음을 주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3화 중 '피나 대 나츠키 요리대결' 에피소드나, 4화 중 '치하루의 연구실 청소' 에피소드는 원작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게다가 이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시청자들의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코믹한 연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는 애니메이션 요아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코믹한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지루함을 줄이는 동시에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된 설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은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으로부터의 접근이라라는 측면에 있어서, 분명히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입니다.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양배추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애니메이션 요아케 3화, 피나와 나츠키가 요리대결을 펼치는 에피소드 중 일부, 양배추를 칼로 자르는 화면이 잠깐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양배추를 제작사가 지나치게 대충 작화 처리를 한 나머지, 녹색 구체로 표현되었다는 점입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제작사에는 수많은 항의와 비난이 쏟아졌으며, 급기야 각종 매체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2006년 방송 당시

   

DVD로 리테이크 처리 후


그 후에 발매된 DVD에서는 모든 작화 붕괴에 대해 리테이크 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양배추 사건'으로 인하여 요아케는 같은 해에 방송된 '무사시 -GUN-도'와 함께 전례없는 최악의 작화붕괴 작품으로 기록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시 사람이 하는 작업이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분명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작사의 재정이 현재 어려운 상태에 있다면, 작화붕괴가 일어나는 건 불가항력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양배추 사건을 비롯한 요아케에서 곳곳에서 발생하는 작화붕괴는 위의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양배추 사건은 제작 의지와 정성이 결여된 제작사의 행동이 낳은 비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요아케의 스토리는 메인 히로인 '피나 팜 어슈라이트'의 원작 루트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원작 게임 스토리는 수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게임 발매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반대로 애니메이션 요아케의 스토리는 억지스러우며 매끄럽지 못합니다. 원인은 앞서 YES 부분에서 언급한 차별화 정책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것.


   



분명히 전체적인 스토리의 토대는 원작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애니메이션과 원작의 큰 차이점은 바로 코믹성입니다. 원작에서 감동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증발해버리고, 그곳이 코믹성이 채워짐으로써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스토리의 중반까지 아주 웃기지도, 아주 감동적이기지도 않은 어중간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후반부에나마 갈등 구조를 증폭시키고,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극적 감동을 높이려는 흔적이 보입니다만, 초중반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분위기와 최종화에서 보여준 다소 황당한 결말로 인해 마지막 감동조차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원작의 감동은 어디로?


진지함 대신에 웃음을 주려고 한 시도자체는 좋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어 감동적인 스토리로 평가받는 원작 요아케만의 오리지널 색채가 옅어지고, 결국 남는 건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웃음과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는 느낌만 남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 있어서 차별화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입니다만, 어설픈 차별화를 진행시키는것 보다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 좋은 평가를 들었던 만큼 애니메이션도 그대로 진행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벽녘 전보다 유리색인 - Crescent Love'가 방송된 지 4년만에 AUGUST사가 신작 'FORTUNE ARTERIAL'로 애니화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는 탓인지 4년전과 비교한다면 신중하다못해 조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비록 애니메이션 요아케가 역사에 길이남을 최악의 작화붕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아픔을 맛봐야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완전히 무가치한 것은 분명 아닙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실패를 통해 오늘의 실수를 바로 잡고 내일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그것 역시 가치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한번 저지른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중요한 건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것.




실수를 했을 때 그 일을 오랫동안 되돌아보지 말라.
그 이유를 마음속에 담아라. 그런 다음 앞을 바라보라.
실수는 지혜의 과목이다.
과거는 변할 수 없지만 미래는 아직도 그대의 손안에 들어있다.
-- 휴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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