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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 at | 2011. 2. 22. 03:45 | by 나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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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은 7-80년대를 기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용되어온 단골소재 중 하나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요술공주 세리」 부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까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마법소녀들이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들이 생겨왔다. 특히 90년대는 마법소녀물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제작된 시기로, 마법소녀들에게도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이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7-80년대의 마법소녀가 대체적으로 손에 흙 하나 안묻힐 것 같은 전형적인 공주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면, 90년대 마법소녀는 직접 악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형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그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 바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세일러문」 이며, 뒤이어 등장한 「웨딩피치」 , 「괴도 세인트 테일」 , 「카드캡터 사쿠라」 같은 작품들도 모두 이런 속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는 2000년대. 세상은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한 때 효자 장르로 불리던 마법소녀물은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고, 제작되는 작품 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오늘 리뷰할 작품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이하 나노하)는 이런 마법소녀물의 위기속에 등장한 작품이다. 트라이앵글 하트라는 작품 속 대사도 몇 마디 없는 단역 소녀가, 마법소녀물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한순간에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한 일화이다. 나노하의 경우 90년대 마법소녀들이 가지고 있던 전사형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받았지만, 과거 작품들이 스토리 라인에 주를 이루고있던 로맨스라는 요소대신 액션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동 여성층에 한정되어 있던 마법소녀물을 대중적인 장르로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기존 마법소녀물에 존재하던 뚜렷한 선과 악의 존재와 그것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 상대적인 선악의 기준 그리고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지금까지도 마법소녀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200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찻집을 운영중인 부모님 및 오빠, 언니를 두고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나노하. 그러나 엉뚱한 계기로 다른 세계에서 온 소년 유노 스크라이어를 만나 마법의 힘을 얻게 되면서부터 그 평범한 생활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쪽 세계에 흩어져 버린 다른 세계의 유산 "쥬얼 시드" 찾아내 회수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된것이다. 쥬얼 시드는 이를 가진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댓가로 다른 것을 잃게 하거나, 그 욕심이 너무 큰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귀여운 페렛으로 변신 할 수 있는 유노와의 우정, 초등학교 3학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상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더해 남몰래 마법 소녀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나노하. 그러던 어느날 나노하를 적대시하는 마법 소녀가 나타나고, 양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제 3의 세력이 나타나면서 그 평온한 생활이 깨질 위기에 봉착하는데...
나노하의 성공에 힘입은 세븐 아크스는 3년 동안 2편의 후속 시리즈를 공개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작품에 대한 잡음 역시 존재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07년도에 공개한 3기 StrikerS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폭발적인 증가. 도대체 등장인물이 단순히 많아진 게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의 힘은 간판 캐릭터인 나노하와 그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3기에서 전작 캐릭터의 비중은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정출연정도의 역할이었다. 기존의 나노하 시리즈를 꾸준히 시청해오던 일부 팬들은, 나노하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나리오 구조가 3기에 들어서면서 급변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 외에도 제작사는 방송 내내 과도하고 복잡한 설정과 산만한 스토리. 그리고 특유의 작화붕괴 논란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비록 DVD 판매량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이제 제작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어갈 것인가. 나노하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성공작이 없는 세븐 아크스로서는 나노하 시리즈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어나가기에는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원작 만화책 나노하 Force나 Vivid의 경우, StrikerS와 마찬가지로 기존 등장인물들의 낮은 입지가 문제시된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나노하 시리즈 인기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 1,2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작품을 조금 보강하는 형식으로 제작된 리메이크가 먹힐 만큼 요즘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택한 것이 극장가. TVA 시장은 얼어붙고 있었고, 극장은 애니메이션을 내다팔기에 아직까지 좋은 시장이다. 거기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의 큰 성공은 애니메이션 극장판에 대한 투자의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해서 공개된 나노하의 첫번째 극장판인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The Movie 1st」 는 1기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스토리의 핵심 요소만을 그대로 뽑아온 덕분에 전작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하는 한편, 나노하를 처음으로 접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이는 주인공의 낮은 입지에 대한 기존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새로운 잠재적인 시청자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1기의 제작을 맡은 '신보 아키유키' 감독이 아닌 2,3기의 '쿠사카와 케이조' 감독이 극장판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3기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신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나노하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신보 감독의 힘에서 비롯되었을 뿐, 그걸 받아먹은 쿠사카와 감독의 능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한 평론가의 독설이 그간 쿠사카와 감독의 마음고생을 짐작해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으로 그는 신보 감독의 나노하가 아닌 쿠사카와 감독만의 나노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이 업계에서 웬만한 창작보다 어렵다는 게 스토리의 압축이다. 특히 라이트노벨이나 미연시 게임등의 원작을 토대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만큼 스토리의 압축적인 구성은 요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지녀야할 기본중의 기본 능력이 되었다. 지나친 압축은 작품 자체를 망가뜨리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스토리의 긴장감이 사라진다. 거기에 130분이라는 제한된 런닝타임에 1쿨 애니메이션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로 쉬운 작업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쿠사카와 감독은 그것을 정말 보기좋게 해결해버렸다. 이제는 항상 뒤따라다니던 '신보'라는 꼬리표를 떼버려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극장 스크린이 TV 브라운관과 비교해 가지는 이점은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스크린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액션이 강조되는 장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거기에 놓고보면 표면적으로는 마법소녀물 장르이지만, 그 내면에는 왠만한 액션 장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나노하의 경우, 극장과의 궁합은 최상이라고 할만하다. 이번에 공개된 나노하 극장판은 액션을 중시하는 쿠사카와 감독의 코드에 맞게,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신이 대거 추가됨으로 인해 극장 스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나노하와 페이트가 쥬얼시드를 걸고 벌이는 최후의 승부는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히며, 화려한 움직임과 박력이 넘치는 사운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작화붕괴로 악명이 높은 세븐 아크스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고무적이다.
스토리 구성, 작화, 음악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신선함은 부족했다. 쿠사카와 감독의 새로운 나노하를 보았을지언정 새로운 것은 없었다. 전작과 비교해 프레시아 테스타로사 사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총집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스토리에 대한 필자의 냉정한 평가다. 우리는 리메이크의 개념에 대해서 단순히 정확한 재현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리메이크 역시 그 바탕만 비슷할 뿐 어디까지나 별개의 한 작품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제작할 당시 리메이크 형식으로 나가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보나 리뷰어의 입장에서 보나 역시 아쉽다. 원작을 파괴할 정도의 새로운 내용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틀안에서 에피소드 추가 혹은 엔딩의 변화라는 조미료가 첨가되었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작품의 성공적인 재해석이라는 측면과 놀라울 정도의 비쥬얼의 발전은 이제는 어느덧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나노하 시리즈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나노하 극장판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이후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3억 5천만엔의 극장 수익, 8만장 이상의 BD 판매량을 기록하며 또 한번 건재를 과시했다. 탄력을 받은 세븐 아크스는 이미 다음 시리즈인 A's 의 극장판 제작까지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이제 나노하는 TVA로서가 아닌 극장판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이자, 재패니메이션 시청의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서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P.S : 맨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리뷰가 8월달에 적은 이브의 시간이었으니, 무려 반년만에 적은 2011년 첫 리뷰인 셈이군요. Weekly Focus를 꾸준히 쓴 것도 아니라서 최근에 필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예전 리뷰와 비교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리뷰에서 형식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만, 필체 자체를 평어체로 교체하였다는 점과, 타이틀의 간단한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애니리뷰를 계속 이어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렇게 틈틈히라도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NANOHA The MOVIE 1st PROJECT
마법소녀물은 7-80년대를 기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용되어온 단골소재 중 하나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요술공주 세리」 부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까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마법소녀들이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들이 생겨왔다. 특히 90년대는 마법소녀물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제작된 시기로, 마법소녀들에게도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이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7-80년대의 마법소녀가 대체적으로 손에 흙 하나 안묻힐 것 같은 전형적인 공주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면, 90년대 마법소녀는 직접 악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형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그 스타트를 끊은 작품이 바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세일러문」 이며, 뒤이어 등장한 「웨딩피치」 , 「괴도 세인트 테일」 , 「카드캡터 사쿠라」 같은 작품들도 모두 이런 속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는 2000년대. 세상은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 한 때 효자 장르로 불리던 마법소녀물은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고, 제작되는 작품 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오늘 리뷰할 작품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이하 나노하)는 이런 마법소녀물의 위기속에 등장한 작품이다. 트라이앵글 하트라는 작품 속 대사도 몇 마디 없는 단역 소녀가, 마법소녀물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한순간에 마법소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한 일화이다. 나노하의 경우 90년대 마법소녀들이 가지고 있던 전사형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받았지만, 과거 작품들이 스토리 라인에 주를 이루고있던 로맨스라는 요소대신 액션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동 여성층에 한정되어 있던 마법소녀물을 대중적인 장르로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기존 마법소녀물에 존재하던 뚜렷한 선과 악의 존재와 그것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 상대적인 선악의 기준 그리고 치밀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지금까지도 마법소녀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200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찻집을 운영중인 부모님 및 오빠, 언니를 두고 있는 평범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나노하. 그러나 엉뚱한 계기로 다른 세계에서 온 소년 유노 스크라이어를 만나 마법의 힘을 얻게 되면서부터 그 평범한 생활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쪽 세계에 흩어져 버린 다른 세계의 유산 "쥬얼 시드" 찾아내 회수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된것이다. 쥬얼 시드는 이를 가진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댓가로 다른 것을 잃게 하거나, 그 욕심이 너무 큰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귀여운 페렛으로 변신 할 수 있는 유노와의 우정, 초등학교 3학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상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 더해 남몰래 마법 소녀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나노하. 그러던 어느날 나노하를 적대시하는 마법 소녀가 나타나고, 양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제 3의 세력이 나타나면서 그 평온한 생활이 깨질 위기에 봉착하는데...
나노하의 성공에 힘입은 세븐 아크스는 3년 동안 2편의 후속 시리즈를 공개했고,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작품에 대한 잡음 역시 존재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07년도에 공개한 3기 StrikerS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등장인물들의 폭발적인 증가. 도대체 등장인물이 단순히 많아진 게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의 힘은 간판 캐릭터인 나노하와 그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3기에서 전작 캐릭터의 비중은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정출연정도의 역할이었다. 기존의 나노하 시리즈를 꾸준히 시청해오던 일부 팬들은, 나노하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나리오 구조가 3기에 들어서면서 급변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 외에도 제작사는 방송 내내 과도하고 복잡한 설정과 산만한 스토리. 그리고 특유의 작화붕괴 논란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비록 DVD 판매량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나노하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던 3기 StrikerS
이제 제작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대로 끝낼 것인가. 이어갈 것인가. 나노하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성공작이 없는 세븐 아크스로서는 나노하 시리즈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어나가기에는 현재 연재되고 있는 원작 만화책 나노하 Force나 Vivid의 경우, StrikerS와 마찬가지로 기존 등장인물들의 낮은 입지가 문제시된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나노하 시리즈 인기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 1,2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작품을 조금 보강하는 형식으로 제작된 리메이크가 먹힐 만큼 요즘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택한 것이 극장가. TVA 시장은 얼어붙고 있었고, 극장은 애니메이션을 내다팔기에 아직까지 좋은 시장이다. 거기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의 큰 성공은 애니메이션 극장판에 대한 투자의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해서 공개된 나노하의 첫번째 극장판인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The Movie 1st」 는 1기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스토리의 핵심 요소만을 그대로 뽑아온 덕분에 전작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하는 한편, 나노하를 처음으로 접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이는 주인공의 낮은 입지에 대한 기존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새로운 잠재적인 시청자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좌 : 신보 아키유키 감독 // 우 : 쿠사카와 케이조 감독
1기의 제작을 맡은 '신보 아키유키' 감독이 아닌 2,3기의 '쿠사카와 케이조' 감독이 극장판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3기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신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나노하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신보 감독의 힘에서 비롯되었을 뿐, 그걸 받아먹은 쿠사카와 감독의 능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한 평론가의 독설이 그간 쿠사카와 감독의 마음고생을 짐작해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으로 그는 신보 감독의 나노하가 아닌 쿠사카와 감독만의 나노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이 업계에서 웬만한 창작보다 어렵다는 게 스토리의 압축이다. 특히 라이트노벨이나 미연시 게임등의 원작을 토대로 제작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만큼 스토리의 압축적인 구성은 요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지녀야할 기본중의 기본 능력이 되었다. 지나친 압축은 작품 자체를 망가뜨리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스토리의 긴장감이 사라진다. 거기에 130분이라는 제한된 런닝타임에 1쿨 애니메이션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로 쉬운 작업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쿠사카와 감독은 그것을 정말 보기좋게 해결해버렸다. 이제는 항상 뒤따라다니던 '신보'라는 꼬리표를 떼버려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극장 스크린이 TV 브라운관과 비교해 가지는 이점은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가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스크린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사운드는 액션이 강조되는 장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거기에 놓고보면 표면적으로는 마법소녀물 장르이지만, 그 내면에는 왠만한 액션 장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나노하의 경우, 극장과의 궁합은 최상이라고 할만하다. 이번에 공개된 나노하 극장판은 액션을 중시하는 쿠사카와 감독의 코드에 맞게,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신이 대거 추가됨으로 인해 극장 스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나노하와 페이트가 쥬얼시드를 걸고 벌이는 최후의 승부는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히며, 화려한 움직임과 박력이 넘치는 사운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작화붕괴로 악명이 높은 세븐 아크스 제작사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고무적이다.
스토리 구성, 작화, 음악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신선함은 부족했다. 쿠사카와 감독의 새로운 나노하를 보았을지언정 새로운 것은 없었다. 전작과 비교해 프레시아 테스타로사 사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총집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게 스토리에 대한 필자의 냉정한 평가다. 우리는 리메이크의 개념에 대해서 단순히 정확한 재현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리메이크 역시 그 바탕만 비슷할 뿐 어디까지나 별개의 한 작품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제작할 당시 리메이크 형식으로 나가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보나 리뷰어의 입장에서 보나 역시 아쉽다. 원작을 파괴할 정도의 새로운 내용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틀안에서 에피소드 추가 혹은 엔딩의 변화라는 조미료가 첨가되었다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작품의 성공적인 재해석이라는 측면과 놀라울 정도의 비쥬얼의 발전은 이제는 어느덧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나노하 시리즈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번 나노하 극장판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이후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3억 5천만엔의 극장 수익, 8만장 이상의 BD 판매량을 기록하며 또 한번 건재를 과시했다. 탄력을 받은 세븐 아크스는 이미 다음 시리즈인 A's 의 극장판 제작까지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이제 나노하는 TVA로서가 아닌 극장판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이자, 재패니메이션 시청의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으로서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P.S : 맨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리뷰가 8월달에 적은 이브의 시간이었으니, 무려 반년만에 적은 2011년 첫 리뷰인 셈이군요. Weekly Focus를 꾸준히 쓴 것도 아니라서 최근에 필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예전 리뷰와 비교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리뷰에서 형식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만, 필체 자체를 평어체로 교체하였다는 점과, 타이틀의 간단한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 애니리뷰를 계속 이어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렇게 틈틈히라도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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