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영화 케이온! (케이온 극장판) : 스크린에 대한 이해 // 박스오피스 수익 17억엔, BD/DVD 초동 판매량 14만장. 「영화 케이온!」이 세운 놀라운 기록들이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박스오피스 붐 이후, 심야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대거 스크린으로 진출하여 인상적인 기록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케이온 극장판이 세운 상업적 성공은 괄목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세기의 명작이라는 다소 과장된 풍문에 들뜬 사람이라면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이 그만한 작품성을 겸비하였는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적받고 있는 형편인데다, 일상물로서 가지는 장르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은 TV와 다르다. 제한된 런닝타임 속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집중력은 잃지 않아야하는 장소가 바로 스크린이다. 하물며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여고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라니 대체 이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여기가 바로 쿄토 애니메이션이 경험있는 제작사로서 노련함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이런 어려움을 특유의 연출이라는 임기응변으로 극복해냈다. 자칫하면 늘어지기 쉬운 이야기를 한 템포 빠른 편집과 호흡으로 엮어나감으로써 관객들을 필요한 순간에 집중시키는 대목은 기존 TVA에서 찾기 힘든 것이었다. 여기에 패스트 커팅에 가까운 극도로 짧은 쇼트로 가속 페달을 밟다가도, 긴장감이 과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는 연출은 제작진이 가진 스크린에 대한 이해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상외로 케이온 극장판은 단일 작품으로서도 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지나치게 우연적이면서 진부한 클리셰들에 의존하는 스토리는 여전히 흠이지만, 특유의 연출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다. TVA와 스크린의 차이점을 아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장르가 가지는 장점을 살리는 능력. 그것이 케이온 극장판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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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ksodien 2012.08.21 0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스 오피스 상영을 통한 수익이 무려 17억엔에, BD/DVD 초도 판매량 역시 14만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다니... @_@);

    BD가 약 3만장 정도만 팔려도 그리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 평가받는 요즘 애니메이션 시장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정말 인상적인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D


    역시나, 시대의 경향이 아무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단지 캐릭터성에만 의존하는 작품은 결국 금새 한계의 벽에 부딧히고 마는 것이겠지요... 'ㅈ'-3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케이온 극장판의 선전은 오직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제작진의 열정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ㅡ_-)b

    • BlogIcon 나노하. 2012.08.24 0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는 쿄애니를 뛰어난 스타일리스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꽤 훌륭한 연출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케이온이 그런 부분을 증명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군요.

  • BlogIcon TuNE 2012.08.21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흥행을 이어서 만화 후속인 대학편과 후배편도 애니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나노하. 2012.08.24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게 바라시는 분들은 많으시던데, 글쎄요.
      시리즈가 길어지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반대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박수칠때 떠나는게 맞지 않아 생각합니다.

  • BlogIcon 미우  2012.08.21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극장판도 정말 좋았지요.
    보면서 '이야, 제작사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해서 만들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ㅎㅎㅎ
    저도 조만간에 케이온 극장판 후기를 간략하게 써야되겠어요. ㅎ

    • BlogIcon 나노하. 2012.08.24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실 이후에 오랜만의 쿄애니 극장판이기도 했고, 소실보다는 좀 못하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충분히 예상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 우이 2012.08.22 05: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판이 아니라 TV판보는기분이엿어요.

    • BlogIcon 나노하. 2012.08.24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토리 자체만을 놓고보면 그렇게 느끼시기 쉽습니다.
      실제로 그렇지만, 그리고 일상물 자체가 스토리를 만들어낼만한 건덕지가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케이온 극장판이 스토리보다는 연출쪽에 힘을 더 실은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