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충사 : 옴니버스의 좋은 예 //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는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약점. 그것은 장르적 특성상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작품 속으로 쉽게 빠져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옴니버스 형식은 재미있게 만들기 힘들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충사」는 어려운 길을 갔다.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서, 굉장히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충사」는 잇몸으로 차돌을 씹어 먹는 작품이다. 하나의 큰 작품으로 집중시킬 수 없다면, 옴니버스가 가지는 단편의 힘으로 극복한다. 이것이 「충사」가 택한 전략이며, 고집스러울 정도로 옴니버스 장르의 교과서적 공식에 충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맺고 끝맺음이 확실하고, 25분의 소중한 러닝타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군더더기 없는 집약적인 단편 구성이 옴니버스의 강점을 돋보이게 만든다. 뒤가 궁금해지는 다음 이야기가 없어도 우리는 다음에 나올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옴니버스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훌륭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과장하거나 감동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 절제미와 스토의 분위기를 살리는 연출과 음악 역시 돋보인다. 이 정도 결과물이면, 옴니버스 기법이 자주 활용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지표가 될 수 있는 옴니버스의 좋은 예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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