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 :: 이름값에만 의존한 안일한 편집 // 영화에서 편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자기 이야기를 두서없이 실타래처럼 풀어내는 건 5살 먹은 꼬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한된 시간내에 얼마나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의 싸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집이라는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내용들을 가지쳐 내고,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필자가 뜬금없이 서론부터 전공서적에서나 볼 법한 편집의 중요성을 읊어대는 이유는「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 (이하 중2병 극장판)」이 편집의 중요성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중2병 극장판은 이전의 많은 극장판들이 그랬듯, 가장 보편적인 총집편 방식을 채택한 작품이다. 결국 TVA에서 가져온 딱히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을 짜깁기해서 스크린에 내보내는 건데, 그 말은 편집 능력에 작품 제작의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중2병 극장판에서 보여준 편집 스킬은 유투브에 올라오는 아마추어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결코 낫다고 부를 수 없는 완성도였다. TVA에서 방송된 일련의 사건들이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무의미하게 나열될 뿐이고, 각 장면이 전환되는 일정한 규칙이나 기준조차 없다. 중간에 전개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뮤직비디오 연출이 흐름을 방해하는가 하면, 작품의 호흡이 요동 치는 탓에, 관객들은 러닝타임 내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마치 작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비교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뽑은 다음, 그대로 잘라서 이어붙인 느낌이다. 분명히 TVA를 본 필자조차도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이 안되는데, TVA를 보지 않은 관객들은 90분동안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필자는 이 작품의 TVA에 대해 비교적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중2병이라는 소재를 하나의 성장 과정으로서 엮은 아이디어는 꽤 신선한 접근이었고,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왜 이런 터무니 없는 편집이 이루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 비참한 퀄리티의 작품에서 하나라도 건질 게 있다면, 극장판이라고 새로 추가된 초반 10분의 액션 연출 정도였을까. 전혀 프로답지 못한 결과물이었고, 하필 평소에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쿄애니 작품이라 더더욱 실망스럽다. 이 작품의 존재 의의가 관람객 선착순 1만명에게 나눠주는 클리어파일에 있다는 우스개소리에 전혀 웃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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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

다음에 던질 공이, 내 인생 최고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 - 필 니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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