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노하입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서 이렇게 키보드 자판위에 손을 올려놓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네요. 평소와 같으면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로 포스팅을 시작해야 하겠지만, 이번 시간에는 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짝해보려고 합니다. 조금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오랜만에 저도 잡담이라는 걸 해보고 싶네요. 그래서 오늘은 제 옛 발자국을 추적해보려고 합니다.




- 커뮤니티를 만나다.

몇 일전에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오픈한지 1주년이 되었습니다. 제 전체 블로그 커리어로 따지면 대략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셈이네요. 사실 제가 인터넷에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블로그가 아닌 카페였습니다. 때는 2004년, 지금의 거대한 네이버는 아직은 규모가 작았으며, 여전히 다음(Daum)과 야후(Yahoo!)가 인터넷 붐을 주도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던 취미가 이어진 탓인지 저는 학창 시절에도 만화와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굉장히 즐겼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중파와 투니버스와 같은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요. 그런 저에게 있어 인터넷은 말 그대로 정보와 커뮤니티의 보고였고, 문득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중파, 케이블의 애니메이션 방송은 당시 몇 안되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막상 카페를 개설하려고보니 다음 카페에만 존재하는 애니메이션과 관련 카페가 거의 수천개에 이르더군요. 왠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주제가 애니 관련 음악이었습니다. 그것도 일본어 원곡이 아닌 한국어로 편곡된 곡만을 타겟으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카페가 [투니버스 만화주제가] 라는 명칭의 카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다소 유치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공중파와 케이블, 특히 투니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런 발상이 가능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카페는 생각 이상으로 번성했습니다. 한국어로 편곡된 곡을 취급하는 카페는 거의 전무했던 탓도 있겠지만, 시기 적절하게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붐을 일으키던 때였습니다. 예전만 하더라도 유명 가수들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을 담당해서 부르는 경우가 꽤 있었고, 투니버스는 관련 앨범을 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므로 인기는 꽤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개설한지 5개월만에 만 명을 모았으니, 메이저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선전한 결과이지요. 개설 후반에는 저 혼자 관리만으로 벅차 부매니저까지 두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투니버스에서 방송된 만화주제가를 담은 이 앨범은 놀랍게도 3집까지 발매했다.

당시의 인기는 가히 놀라울 정도.

그리고 그 해 겨울, 난데없이 터진 음원 저작권 단속의 바람으로 카페는 폐쇄위기에 놓입니다. 그리고 운영자에 의해서 강제폐쇄 되느니 내손으로 직접 닫겠다는 심정으로 개설 8개월 만에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이릅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당시에 단속하던 음원은 주로 한국가요와 POP 위주였으며, 소수나 즐기는 애니음악은 사실 안중에도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어린 마음에 단속에 대한 불안감과 저작권을 위반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생각보다 컸으리라 회상합니다.

카페는 비록 폐허가 되었습니다만, 이 시기에 몸 담은 8개월이 제 커뮤니티 경력중에서는 가장 큰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일단 필수적으로 음악이라는 걸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HTML과 태그에 대한 기초상식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HTML의 존재조차 알지못했던 저로서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지요. 어렵다는 마음보다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열정이 강했던 탓이었는지, 이 시기동안 HTML을 비롯한 각종 카페 운영법, 글 쓰는 형식과 방법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익힌 지식들이 훗날 큰 자산이 되었고, 커뮤니티의 매력과 소통의 즐거움을 몸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투니버스 만화주제가 Daum Cafe : http://cafe.daum.net/ontooniversesong
이미 대부분의 게시물이 삭제되어 황폐화된 곳이기 때문에 방문자체는 말리지 않겠으나 큰 기대는 하지 말길 바란다.
5년 전 필자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게시물을 보는 게 유일한 재미(?)




- 네이버 블로그와 애니리뷰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건 바로 카페가 중단 된 지 몇 개월 후의 일입니다. 블로그 경력이 4년이라고 해서 엄청난 커리어가 쌓여 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초창기에는 스크랩 창고에 가까웠습니다. 간간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별 것 없는 잡담 정도였을 뿐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 후 창고로 쓰이던 블로그 운영에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은 역시의 지금의 애니리뷰 였습니다.

네이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갑자기 영감이 팍!하고 떠올라서 애니리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로망이 넘치겠지만, 애니리뷰를 시작하게 된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리사욕이었습니다. 당시에 모 웹하드 업체에서 매주마다 인기 리뷰를 선정해서 포인트를 주는 행사에 혹해서 넘어간 건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동기이군요. 어쨌든 비록 불손한 의도에서 시작된 애니리뷰였지만, 제가 애니리뷰를 적어온 계기가 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저의 첫번째 리뷰는 지금의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한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였습니다. 그 때는 나름 개요도 짜고 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적었는데,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이 낡은 리뷰를 지금 읽어보니 정말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이 첫 리뷰가 도화선이 되어 일정 기간 동안 열 편 가량되는 작품을 리뷰로 작성했습니다. 티스토리로 옮겨올 때 글이 너무나도 형편없어서 삭제할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살아온 기록이라는 느낌도 있어서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 저 밑 구석에 보관중입니다. 혹시 제 초창기 리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몇 편 공개해 놓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리뷰 : http://durl.kr/54oq8
- ARIA The Animation 리뷰 : http://durl.kr/54oqw
- 가난한 자매 이야기 리뷰 : http://durl.kr/54oqp




- UCC의 등장

혹시 2년 전쯤에 사라진 엠앤캐스트를 기억하십니까?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UCC 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보통 동영상은 높은 트래픽 때문에 인터넷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게 당시 정설이었으니까요. 그러던게 누구나 인터넷에 동영상을 쉽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너도나도 올린 동영상들이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원래 UCC라는 건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컨텐츠, 즉 직접 찍어 올린 영상을 일컫는 것입니다만, 사실 UCC는 실제로 다른 부분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이 때 유행하게 된 것이 바로 스트리밍 방송국으로 각종 영화나 애니메이션등을 업로드하여 상영하는 형태가 성행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건 엄연한 불법이며, 한 때 제가 거기에 미쳐있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블로그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방문자를 모으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게 되고, 그것이 조금 비뚤어진 형태로 표현된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짧은 순간동안 폭발적인 방문자 수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UCC 사이트들의 몰락과 저작권 단속으로 이것역시 곧 중단됩니다. 제 블로그에 있어서는 어두운 역사이기도 하지만, 이 때 한가지 건진 것이 있다면 제 인코딩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는 점이겠네요.


당시에 방송했던 것 중에 지금은 다 지워지고 남은 몇 안되는 영상 중 하나.
아가사 크리스트의 명탐정 포와로와 마플 (NHK, 2004) - EP05 ABC 살인사건 중 일부





- 2년간의 정전, 그리고 복귀

그 이후 블로그는 약 2년 넘게 정전 상태였습니다. 블로그 4년의 커리어라면서 절반은 정전 상태라는 게 아이러니컬 합니다만, 1년은 입시생 신분이라 운영 자체가 무리였고, 나머지 1년은 대학 입학 후 너무나도 할 것이 많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재개한 건 재작년 여름. 별로 큰 동기부여라던가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만, 블로그를 다시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이 참에 다른 카테고리로 전향할까도 생각해봤습니다만, 역시 자신있는 건 리뷰 밖에 없었던 터라 결국 애니리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제 복귀리뷰가 지금 제 블로그 애니리뷰의 맨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전뇌코일」 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 [나노하]는 이 때부터 사용하게 되었으며, [애니 그리고 커피]라는 블로그 명칭을 달고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사족을 붙이자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 [나노하]는 제가 투니버스라는 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제패니메이션이라는 걸 보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의 캐릭터명을 들고 온 것입니다. 블로그명 [애니 그리고 커피]는 오래전에 봤던 KBS의 영화 리뷰 프로그램 [영화 그리고.. 팝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인터넷 짬밥(?)도 조금 늘고, 좁았던 시야가 넓어지면서 네이버 외에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도 눈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네이버를 써오다보니 처음에는 장점만 보이다가도, 서서히 안좋은 점이 더 눈에 띄게 되더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옮기고 싶다는 열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주목한 두 블로그 서비스가 바로 이글루스와 티스토리였습니다. 다만, 이글루스는 2006년 SK 인수 이후 쌓이고 쌓인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어서, 결국 선택을 받은 건 지금의 티스토리였습니다.



티스토리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지금은 스테이플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계신 방동님의 블로그, 비스토리쩜넷이었습니다. 방동님을 만난건 팡야홀릭 이었습니다만, 블로그를 들어가보게 된 건 지극히 개인적인 우연이었습니다. 티스토리를 처음 보고 느낀 첫 인상은 자유로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는 분도 있습니다만, 그것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동님의 글과 네이버와는 사뭇 다른 티스토리의 분위기는 제게 있어서는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네이버를 대놓고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워낙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대중화의 장이다보니, 일부 유저의 다소 떨어지는 댓글 수준 역시 제가 가진 큰 불만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네이버에서 제가 가장 보기 싫은 댓글이 바로 '스크랩 해 갈께요' 였을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1년 전, 저는 네이버에 있던 모든 걸 버리고 티스토리로 넘어왔고 지금의 블로그가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 방동님 블로그 - S T A P L E R (http://stapler.wo.tc/)
                          - 비스토리쩜넷 (
http://www.b-story.net/) : 현재 운영 정지 상태
                  



-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정신없이 적다 보니 왠지 자서전 같은 느낌이나서 부끄럽습니다만, 이와 동시에 옛날 생각이 정말 많이 나는군요. 글쓰기 솜씨도,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지만, 블로그, 커뮤니티, 리뷰에 대한 열정만큼은 넘쳤던 그 시기가 새삼 그리워집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열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솟아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미스테리군요.

작년 한해 급속도로 퍼진 트위터 붐으로 제 주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제 주위에 계시던 많은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떠났고, 이제는 몇 안되는 블로거들이 이웃이라는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 블로그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트위터와 같이 적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마이크로 블로그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말이 허풍은 아닌 모양입니다.
140자의 유혹은 생각외로 떨쳐내기 어렵다

저도 물론 트위터를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요즘 블로그를 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옛날 같으면 키보드에 손을 올리자마자 술술 써내려가던 리뷰도 이제는 모니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새하얀 공간에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그대로 압도되어 버리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블로그 대신 트위터의 조그마한 140자의 공간에 글을 적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쉽게 블로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트위터에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블로그에서 보상받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 자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쓴 글을 남들이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비판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블로거에 있어서 최고의 기쁨이며, 트위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라는 걸 알기에...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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