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돌아가는 펭귄드럼 : 늦춰진 왕의 귀환 // 90년대를 주름잡은 마법소녀물인 세일러문, 우테나 시리즈의 아버지,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 우리가 그의 이름이 걸린 작품을 보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 표현을 빌리자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왕의 귀환이다. 11년만에 돌아온 그의 도전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돌아가는 펭귄드럼」. 유독 다른해 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흥했던 2011년.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필두로 시작된 흐름이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를 거쳐 이 작품에까지 이어지리라 쉽사리 확신했던 건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움이 앞섰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1년 만에 재회한 친구는 그 때 그대로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 친구가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 나팔바지와 자기의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의 알이 큰 안경을 끼고 나와서는 대뜸 ‘우리 옛날이 더 좋았잖아’라고 나에게 푸념한다는 것이다. 이쿠하라 감독은 가치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최소한 이 때까지 내가 봐온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비교해보면 그렇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언제나 명확하고 간단하다. 다만, 그걸 절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넌지시 던질 뿐이다. 그것이 90년대의 불문율이자 하나의 트렌드였다. 이쿠하라 감독은 언제나 이 틀 안에서 그만의 독특한 연출이라는 정공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해왔다. 「돌아가는 펭귄 드럼」 역시 이 룰을 그대로 따른다. 특색있는 연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카오스틱한 시간 구성, 근친과 스토킹같이 어두운 사회문제에 대한 거침없는 표현은 옛날 생각이 날 정도로 여전했다. 그러나 11년이라는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그의 표현은 예전만큼 힘이 느껴지지도, 강한 전달력을 내포하고 있지도 않았다. 과거 우리가 눈빛만 보고도 서로 모든 걸 알 수 있었던 사이라면, 지금은 그가 나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도, 그도 예전의 뜨거움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내가 기대했던 왕의 귀환은 계획보다 조금 뒤로 늦춰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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