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의 애니클립 - 워킹 (Working!!) : 약점은 극복되었을까 // 아르바이트, 줄여서 알바. 어떤 한 작가는 이걸두고 20대 청춘들이 88만원 세대로 진입하는 지옥의 문턱이라고 표현했던가. 하지만 「Working!!」 속 알바는 비정규직의 울분이나 애환보다는 젊은 청춘의 상징에 가깝다. 4컷 만화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는 이 작품은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4컷 만화의 강점인 짧지만 임팩트 있는 콩트는 살리되, 항상 약점으로 지적받는 다소 루즈한 스토리 전개를 개성적인 캐릭터들간의 물고 물리는 연결관계를 통해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때까지 많은 일상물들이 스토리 전개의 딜레마에 골머리를 썩여왔지만, 이 정도면 일상물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제작진 나름의 부단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통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때때로 작품이 지나치게 오버해서, 시청자들을 뒤에 놔두고 혼자 앞으로 달려나가는 실수가 보이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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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강각의 레기오스 : 족보의 힘이 부족했나. // 400만부의 누적 발행부수를 기록한 라이트노벨 원작. 스포츠로 따지면 커리어하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성우 오카모토 노부히코와 흠잡을 데 없는 성우진. 큰 한방은 없었지만 꾸준히 제작경력을 쌓아온 카와사키 이츠로 감독. 이런 사실들만을 놓고 보면 「강각의 레기오스」는 꽤 그럴싸하게 보일만한 작품이다. 작품 내적으로도 흥미로운 세계관에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뚜렷한 목표지점을 선택하고 정확히 타격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추천용 작품의 범주에 집어넣지 못하는 이유는 이전에 이미 이와 비슷한 컨셉의 좋은 선례가 될만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선배들로부터 대대로 물려내려온 족보를 달달 공부해서 시험을 봤는데, 무난하게 패스할 수준은 되지만 선배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특히 잔가지를 많이 치는 갈등구성, 어색한 동적 연출, 스토리 배분의 실패로 인한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는 족보를 한번 보고 친 시험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강각의 레기오스」가 충분히 즐길만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작품이 건담, 에반게리온 시리즈부터 무수히 등장했던 재패니메이션의 액션작품들과 다르거나 혹은 나은 점이 있을까? 대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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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히다마리 스케치 : 따뜻한 일상과의 조우 // 망가 타임 키라라에 연재중인 아오키 우메 작가의 4컷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있는 「히다마리 스케치」는 2000년대 중반들어서 눈에 띄게 증가한 일상물의 계보를 잇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때문일까. 지붕 아래 사는 여고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처리한다는 일상물 기존의 래퍼토리 자체는 크게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보 감독 특유의 연출 능력은 지루해질만한 공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작품을 견인하는 힘을 선사한다. 강렬한 원색의 대조적인 배치, 불필요한 요소의 과감한 생략, 실사의 적극적인 활용. 지금보다 오히려 더 패기 넘치는 과거 신보 감독의 초창기 연출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작품만이 가지는 숨겨진 재미다. 방송 당시 후지산을 그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단순히 글자로 처리해버린 일명 후지산 참사라는 역대 최악의 작화붕괴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뒤돌아보면 그것도 「히다마리 스케치」라는 작품을 기억해낼만한 하나의 오랜 추억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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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꽃이 피는 이로하 (꽃이 피는 첫걸음): P.A Works의 정공법 //그 동안 P.A Works는 신생 제작사답게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카난」, 「엔젤비츠」에서 보여준 밀도있는 액션 연출과 「Another」의 심리적 공포를 컨트롤하는 그들의 능력은 상업적 성공여부를 떠나서 괄목할만한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들의 특기이자 정체성이라고 부를만한 장르는 역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침드라마 같았던 그들의 처녀작 「트루 티어즈」의 당시 임팩트는 생각외로 놀라운 것이었으니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꽃이 피는 이로하」는 과거로의 회귀이자,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한 드라마 장르에서의 재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로하는 성장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는다. 여관에서 일하는 소녀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의 위기와 해결과정을 다룬 플롯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시청자들의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소 뻔하다 싶은 스토리 때문에 실망할법하나, 이런 뻔한 성장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로하가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유는, 드라마 장르에 특기를 가지고 있는 P.A Works의 정공법 때문이다. 꿈과 희망이라는 요즘 시대치고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만한 이 소재들을 이로하가 굳이 에둘러서 표현하지 않는 건 제작진 나름의 자신감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작품의 전반적인 호흡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지 않고, 집중력 있는 초반, 후반과 달리 중반 파트가 굉장히 루즈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적절한 시기에 뚜껑을 열어 주위를 환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로하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미숙한 대처를 보인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중간 고갯길이 좀 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팍팍한 다리를 주물르며 가다보면 꼭대기에선 온 몸을 적시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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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비탄의 아리아 : 그들이 가진 컬러 // J.C Staff는 다작을 하는 제작사지만, 그들이 가진 컬러는 꽤 뚜렷한 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라이트노벨 애니화붐에 일조한 「작안의 샤나」와 「제로의 사역마」는 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신화이며, 이 작품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츤데레 캐릭터로 일약 스타가 된 성우 쿠기미야 리에를 굉장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비탄의 아리아」는 제작사로서의 J.C Staff가 이때까지 지녀온 그들만의 컬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캐릭터를 살리는 세부적인 표현력이나 특유의 연출은 여전하다 싶을 정도다. 그러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세 번 들으면 지겹다고,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메뉴는 이제 식상하고, 강산이 마르고 닳도록 들은 쿠기미야 리에의 츤데레 연기는 좋고 싫음을 떠나서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다. 작품은 배경, 설정이 스토리 전개와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탓에 원작이 가지는 강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고, 전개를 한곳으로 집중시키지 못하는 탓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액션이라는 장르에도 불구하고 액션 신에 대한 연출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 “이제는 J.C Staff가 만들면, 작품이 후져보인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고, 그들의 허망한 최근 필모그래피 안에서조차 늘 최소한의 미덕을 찾아내곤 했지만, 이 작품만큼은 아니다. 과거도 좋고, 컬러도 좋지만, 이제는 J.C Staff에 새로운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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