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애니메이션?

  과거 스크린에서도 애니메이션이 활발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80년대 미야자키 하야오가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스크린의 입지가 보다 강해졌고, 90년대 초기에 고공행진하는 호황인 시절도 있었지요. 그러나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로 90년 중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후 OVA식 제작이 축소되고 위성방송이 강화되면서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심야 방송 시스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하게 얼어버린 스크린을 깨고 나오는 작품들은 많지 않았고, 꾸준히 제작되는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지브리 같은 오리지널을 위주로하는 제작사 외에는 스크린에서 TV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가 힘든 시기가 몇 년간 이어졌습니다. 이후 축소되었던 스크린의 활기를 되찾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00년대 중반부터 다시금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드문드문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요 몇년간 DVD/BD 판매량에 의존하는 수익 시스템의 대안으로 스크린이 다시금 블루오션으로 조명 받으면서 극장판 제작에 관한 논의가 몇 년새에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정 시점을 정확하게 집어낼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극장판」 이 박스오피스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성적을 기록한 2010년을 심야 TVA 스크린 붐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 이후로 신작, 구작 할거 없이 무서운 속도로 극장판들이 스크린으로 진출했고, 많은 수의 작품들이 TVA 이외의 부가적인 박스오피스 수익과 2차 판권 수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말에 개봉한 「극장판 케이온」은 16억엔이라는 박스오피스 수익에 더불어 18만장에 가까운 블루레이 판매량과 그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2차 판권 수익을 챙겼으니, TVA의 연장이라는 적은 투자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낸 성공사례라고 할 만합니다. 스크린이 심야 TVA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떠오르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최근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애니메이션들이 난립하는 탓에 수익감소 및 퀄리티 저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뭐가 있나요?

  잠깐 집안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수입해오는 편에 속합니다. 지브리라는 네임벨류면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고, 여전히 코난이나 도라에몽 같은 시리즈 극장판 작품들은 CJ 같은 대기업에서 수입/배급해올 정도로 가족형 작품으로서 어느정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편이고, 최근에는 호소다 마모루나 신카이 마코토 같은 감독이 한국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심야 TVA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수입되는 작품수가 극히 한정적인데다가 넓은 지역에 배급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소수의 스크린으로 그치는데다가, 누적 관객수가 만 명을 못 넘는게 일반적인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나마「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이나「에반게리온 : 서 & 파」정도가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선전했지만 이마저도 누적관객수 10만의 벽을 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2차 저작권 확보를 위한 수입자체는 꾸준히 되고 있고, 몇몇 배급사들이 소규모 형태로 관을 확보하여 개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이 논의를 하기전에,  먼저 알아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서 재패니메이션은 대중들에게 씨알도 안먹힌다는 점'입니다. 다른 걸 떠나서 작품 자체가 이미 수요층이 굉장히 한정적이라서 일반 개봉에 절대 적합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일본 애니와 오타쿠라는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때문에 재패니메이션 장르가 극장가에 발붙일 공간이 더 없는게 현실입니다. 여기에 여기에 재패니메이션의 수입/배급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합니다. CJ, 쇼박스와 같은 대형 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롯데시네마나 CGV가 자사 배급사에게 스크린 밀어주기 형태의 관례가 뻔히 행해지는게 우리나라 스크린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인기도 없고,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영세한 배급사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되죠. 따라서 수입/배급사들도 작품을 수입만 해올뿐, 충분한 숫자의 스크린수가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작품에 대한 홍보를 해도 불필요한 지출만 증가할뿐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 홍보에 대한 투자역시 적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적은 국내 유저들과 불법 영상물에 대한 문제까지 겹쳐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가지는 입지는 매우 좁습니다.






  국내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이 '단관개봉'입니다. 표현 그대로 극소수의 한정된 스크린에서 짧은 시간동안만 개봉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소수 장르의 영화들이 2차 판권 획득 목적의 편법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해당되는 사례들이 많은데, 최근에 개봉했다고 기록이 남아있는 「극장판 하늘의 유실물」의 경우 VOD 판매를 위한 2차 판권을 얻기위해 서류상의 개봉만을 진행했을 뿐, 대중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관개봉이 이처럼 편법적으로 사용되는 편이지만, 반드시 모든 사례가 그런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이나 CGV 무비꼴라쥬 정도가 있습니다. 이들 영화관은 블록버스터 작품들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독립영화나 소수 장르의 영화들에게 단관 형식으로 스크린을 내주는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힘이 약한 소수 작품에 대한 보호장치라고 볼 수 있겠죠. 케이스가 좀 다르긴 하지만, 작년에 애니플러스가 수입/배급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극장판 I , II」은 단관개봉의 이점을 잘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리 수요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람할지 어림잡아 측정한 다음, 그 숫자에 맞게 관을 대관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이점은 흥행 실패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배정받은 스크린수에 비교해 좌석점유율이 형편없을 때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빈 좌석이 많이 남을수록 실패한 작품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수입사와 배급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단관개봉은 수요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맞춰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좌석 점유율을 거의 10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단관개봉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단점 역시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일차적으로 아주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개봉되는 방식이라 대부분 수도권에서 이루어집니다. 단관개봉의 99%가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지역에 거주하는 관객들은 아무래도 혜택에서 소외되기가 쉽습니다. 게다가 단관개봉은 어디까지나 실패를 하지 않는다뿐이지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성공에 대한 가능성 역시 차단한다는 점에 있어서 소위 안전빵 개봉이라는 이면도 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보급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에서의 영화라는 컨텐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거기서 이익을 취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만, 단관개봉은 이런 전략을 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인원수에게서 나와야할 이득이 한정된 인원수에게서 나와야 하고 이는 한 사람당  배정된 부담금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질문으로 돌아옵시다. 현재 애니플러스가 제시한 금액의 오퍼는 35,000원입니다. 일반 성인 영화 티켓값이 8천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고액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애니플러스가 단순히 폭리를 취하는 걸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관람료 책정에 대한 사전지식이 조금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관람료 8천원은 제작사와 극장이 나눠먹는 형태입니다. 물론 외국영화의 경우 제작사라는 범주안에는 수입사와 배급사의 몫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제작사와 극장의 비율은 5:5 입니다. 여기에 문화진흥기금과 세금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극장이 약 4천원을 들고가고, 수입사가 4천원을 들고갑니다. 여기서 수입사는 2/3를 판권으로 제작사에게 지불합니다. 그리고 일부를 배급사에게 배급 수수료를 지불하죠. 이렇게 청산하고 남은 돈이 수입사의 수익이 됩니다.




이제 애니플러스 가격을 해부해봅시다. 일반적인 수입/배급과 단관개봉의 세부적인 시스템은 약간씩 다르지만 큰 골자는 똑같습니다. 단관개봉은 단 한 곳에서만 스크린을 빌리는 거고, 일반적인 배급은 전국에서 개봉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단관개봉이 대관료가 비싼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관료는 보통 일반적인 성인 티켓값인 9000원 * 좌석 수로 결정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부대시설을 이용하게 되는 추가금을 요구합니다. 대략적으로 12000원 정도 잡을수 있겠네요. 이게 순수 대관료입니다. 이제 대관료를 제외한 23000원에서 약 절반이상을 제작사가 들고갑니다. 결과적으로 애니플러스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한 사람당 1만원 정도입니다.

일반 개봉 : 9000원 = 1000 (세금) + 4000 (극장) + 500 (배급사) + 2500 (제작사) + 1000 (수입사)
단관 개봉 : 35000원 = 12000 (대관료) + 13000 (제작사) + 10000 (애니플러스 수입/배급)

일반적인 수입/배급사 들은 한 사람당 많아봐야 1500원 정도인데, 어째서 애니플러스는 그 7배에 가까운 1만원이나 남기는걸까요. 7배나 남기는데 이게 폭리가 아니고 뭔가요. 얼핏 보면 그렇지만, 일반적인 수입/배급 시스템은 고작 몇 백명을 하는 상대로 하는 장사가 아닙니다. 수 십만, 수 백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죠. 반대로 단관개봉은 많아도 천 명을 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애니플러스가 한 사람당 수입은 큰 것 같지만 크게 봤을 때에는 적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일반 개봉 수익 : 1500원 * 10만명 = 1억 5천만원
단관 개봉 수익 : 10000원 * 1천명 = 1천만원


결국 이게 단관개봉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자 단관개봉 시스템을 잘 모를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들입니다. 마치 10명이 상자를 나를때와 2명이 상자를 나를때 한 사람당 써야하는 힘이 후자가 더 힘든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단관개봉의 경우 관객이 적고,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수입사는 한 사람 당 일반적인 티켓값보다 비싼 요금을 매겨야하고 또 그래야만 행사를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입사가 수익 자체를 보존할 수는 있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많은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높은 요금을 우리가 부담해야하죠?

  마이너한 장르일수록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이 많던가, 적은 고객이 많은 돈을 내던가 둘 중 하나인데, 재패니메이션은 철저히 후자입니다. 열도는 몰라도 국내에서만큼은 그렇습니다. 누구 말대로 애니플러스가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비행기 타고 현지 날아가서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전부 투자에 대한 문제로 직결됩니다. 내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자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투자하지 않는겁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아무도 당신에게 이런 높은 요금을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국개봉의 가능성도 열려있고, 추후 VOD 컨텐츠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수도 있습니다. 단지 내가 돈을 더 투자하면 더 빨리 볼 수 있고, 투자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의 차이입니다.






 애니플러스가 독과점을 취하는건 아닌가요?

  사실 저는 이런 질문을 듣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잘되는 사업이라면, 제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하고싶네요. 사실 영화 수입 자체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사고 파는 것도 일종의 필름마켓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돈을 준다는 바이어에게 가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몇 안되는 스테디셀러로서 자리잡은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는 이때까지 영세한 배급사가 주도적으로 수입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타이틀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이걸 지켜보던 CJ가 '수익률이 좋으니 우리걸로 만들자'해서 바로 개런티를 더 얹어주고 수입/배급을 모두 다 가져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애니플러스가 어느정도 독과점을 이용해 기존 우리가 예상했던 가격에서 플러스 알파시키는 정도의 가격 상승은 있겠습니다만, 그 가격은 터무니없는 형태에서 절대 결정되지 않습니다. 컨텐츠도 가격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높은 가격을 매겨버리면, 기회를 보던 경쟁자들이 좀 더 좋은 오퍼를 들고 나타나기 매우 쉬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잘될 사업이라면 단관개봉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드리고 싶군요. 추가로 우리나라 재패니메이션 박스오피스 기록도 다시 한번 살펴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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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스트라이크 위치스 : 재패니메이션계의 신데렐라// 2000년대 중후반 일본 서브컬쳐 시장의 모에화 팬덤이 낳은 몇 가지 유산이 있는데, 메카무스메는 그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위치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재패니메이션 시장의 메카무스메 돌풍 속 선봉에 서있는 작품이다. 먼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동네 아파트 반상회마냥 식상한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모인 작품이다. 뚜렷한 선악구도,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각성하는 주인공. 그리고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무려 팬티가 바지라는 설정까지. 「스트라이크 위치스」는 이 모든 마이너스 요소를 껴안고 출발한다. 결과는? 대놓고 활용하니 의외로 색다른 재미가 있다. 마치 우리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알고도 당한다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메카무스메가 가지는 캐릭터의 신선함과 맞물려, 액션장르로서의 가지는 쾌감이 다소 엉성한 플롯이 가지는 흠을 충분히 커버해낸다. 작품성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겠지만, 적당히 즐길만한 킬링타임용 작품으로 카테고리를 놓고 본다면 근래에 나온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당시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고있던 제작사 곤조의 상황과 타카무라 카즈히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면면의 백지나 다름없는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다. 이 정도면 재패니메이션계 신데렐라라고 불러도 문제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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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2기 ~ 퓨어레차 : 캐리(Carry) 불가 // 여성 오타쿠라는 소재와 가볍게 즐길만한 러브 코미디 장르의 배합으로 꽤 괜찮은 인상을 남긴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그리고 이듬해 후속작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2기 ~ 퓨어레차」가 제작되었는데 필자는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다. 그쪽은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고 박박 우기는 듯하지만, 사실 1기에서 이대로 끝을 맺어도 크게 문제없을만한 마무리였고, 이후 크게 기대할만한 별다른 스토리 라인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시리즈화의 위험부담이 분명히 높은 작품이었다. 뭔가 새로운 카드를 준비했나 싶었지만, 뚜껑을 열어봐도 단순한 OVA급 서비스의 연장선상에 놓인 퀄리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1기 때 차별화로 부각되던 여성 오타쿠의 소재는 희석되고, 그 빈자리를 1mg의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소모적인 에피소드와 밑도 끝도 없는 섹스어필이 무의미하게 채워질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고무줄 늘이기식으로 제작된 후속작이 가지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수많은 실패작들 중 하나다.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내보일 패가 없는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듯하지만, 어떻게든 작품을 캐리해보겠다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노토 마미코의 연기가 보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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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성의 결로 직조한 미스터리 – 빙과 // 프롤로그 미스터리 (Mystery) - [명사]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 / 추리소설의 창시자인 에드거 앨런 포우부터 시작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 안락의자 탐정의 대명사 포와로 & 미스 마플의 어머니 아가사 크리스티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물은 오랜 세월동안 만인에게 사랑받아온 장르다. 촘촘하게 짜여진 퀼트처럼 치밀하게 구성된 스토리 플롯과 은폐하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머리싸움. 이는 미스터리물만이 가지고 있는 장르적 강점이며, 100년이 넘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두루 읽히는 장르로 자리잡힌 건 이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걸출한 미스터리 작가들이 많은 나라 중 하나며, 타장르와 비교해도 유독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이런 경향은 90년대 중후반 재패니메이션 산업에서 미스터리물에 대한 제작 붐을 일으켰고, 에도가와 코난, 긴다이치 하지메 (김전일), 레이튼 교수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탄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긴 했지만, 여전히 제법 많은 숫자의 미스터리 장르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고, 오늘 리뷰할 작품 「빙과」 역시 미스터리적 요소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제작을 맡은 쿄토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으로 SF, 드라마,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고 빙과 또한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과연 쿄애니의 도전은 결실을 맺을수 있을까. // 작품소개 - 카미야마 고교의 고전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고전부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각 에피소드의 초점 자체는 미스터리에 맞춰져있긴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심리변화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심도있게 묘사되어 정통 미스터리물이라는 표현보다는 미스터리와 청춘성장물의 요소가 혼합된 형태의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빙과」라는 타이틀을 채용하고 있지만, 원작소설은 고전부 시리즈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빙과」는 고전부 시리즈 1권의 부제에서 따온 타이틀이다. 원작 고전부 시리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인 추리 소설 시리즈이며, 2001년 제 5회 카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영 미스터리 & 호러 부문에서 격려상을 수상했다. 물론 아직도 출판은 계속되고 있지만 1권인 빙과가 출판된지 벌써 10년이 넘은데다가, 장르적 특성상 애니화가 힘든 축에 속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쿄애니 특유의 도전정신 덕분에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 등장인물 - 오레키 호타로 (CV : 나카무라 유이치) 작품의 주인공이자 카미야마 고등학교 1학년. 고전부 부원. 해외여행 중인 친누나의 권장으로 치탄다 에루가 부장으로 있는 고전부 부원으로 가입하였다. 성격은 다소 음침해보이고 무뚝뚝해 보이는 듯 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간단하게’ 라는’좌우명이 있을 정도로 '에너지 절약' 을 실천하여 개인적인 만사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고전부에 가입하고 부장인 치탄다 에루에 의해 접하는 일이 많아진 후로 자신도 모르게 추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 치탄다 에루 (CV : 사토 사토미) : 카미야마 고등학교 1학년. 고전부 부장. 카미야마 시내 부농가 치탄다 가문의 딸로 긴 생머리에 밝은 눈동자를 가졌으며 우수한 성적과 뛰어난 요리실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사정으로 고전부에 가입하여 부장이 되었다. 언제나 만사에 호기심이 많아서 신경쓰이는 일이 생기며 참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언제나 호타로가 말려들어가게 된다. / 후쿠에 사토시 (CV : 사카구치 다이스케) : 카미야마 고등학교 1학년이자 고전부 부원이며 동시에 총무위원회와 수예부 부원이기도 하다. 오레키 호타로와는 악우 관계로 구면 관계이며 고전부 부장 치탄다 에루에게 휘둘리는 호타로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고전부에 호타로와 함께 가입했다. 자신을 '데이터베이스' 라 자칭하며 자신을 ‘평범한 사람’에 비유하지만 실제로는 호타로의 뛰어난 추리능력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 이바라 마야카 (CV : 카야노 아이) : 카미야마 고등학교 1학년이자 고전부 부원이며 동시에 도서위원와 만화연구부 부원이기도 하다. 호타로, 사토시와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며 사토시를 짝사랑하고 있다. 성격은 독설적이고 까탈스러운 면이 있지만, 친구 관계를 소중히 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미스터리는 만들기 어렵다? 미스터리 장르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작품들을 가지고 있다. 재패니메이션도 예외가 아닌데, 실제로 90년대부터 제법 많은 숫자의 작품들이 제작되었고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수십 편의 작품이 제작된 것 치고는 우리가 기억하는 작품들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코난 같은 프랜차이즈를 포함시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 말인 즉슨 우리의 인상에 남을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어째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미스터리 장르가 그만큼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작품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장르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미스터리 장르의 주 내용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범인과 사건을 밝히려는 탐정 혹은 경찰의 치열한 머리싸움이다. 추리라는 요소는 기본적으로 논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A라는 요소를 추리해봤을 때 B라는 결과가 나왔고, 결과 B를 토대로 인물 C가 했다는 걸 밝혀야 하는 일종의 화학식과 같은 명쾌한 해설과 설명이 필요하다. 이 때 우연적인 요소에 절대 의지해서는 안 되며, '원래 그렇다'식의 묻지마 전개는 미스터리 장르에 있어서 상당한 감점요소다. 모든 것들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이런 인과관계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게 풀렸을 때 느끼는 일종의 희열감을 빚어내는 것. 이것이 미스터리 장르가 추구해야 할 미덕이자 난제인 것이다. 그러나 말과 이론은 쉽고, 행동과 실제가 어렵듯이 치밀한 논리력을 갖춘 플롯을 만드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 나오는 미스터리 장르들이 우연적인 요소들에 스리슬쩍 기대거나, 논리적 흥미도를 낮추고 보다 만들기 쉽고, 보기 편한 화끈한 액션에 더욱 주력하는 이유다. 미스터리 장르의 어려움은 단순히 논리성을 갖추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데, 논리성을 밑바탕으로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작품에 대한 흥미유발이라는 문제는 비단 미스터리 장르만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아니며, 타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것이지만 장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액션물은 피가 끓어오르는 하드보일드한 연기와 연출로, 로맨스는 남녀 간의 긴장감 있는 감정 묘사로, 코미디는 배꼽 잡는 유머로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미스터리 장르는 앞서 설명했듯이 빈틈없는 논리라는 무기를 이용해서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한다. 그리고 작품은 관객들이 사건의 전말과 과연 누가 범인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작품과 같이 호흡하는 걸 최종목표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관객입장에서 작품이 관객들에게 던진 문제가 너무 풀기 쉬워서도, 관객들의 이해수준을 뛰어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 1 + 1 = 2 ’ 같은 문제는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흠이 없는 명쾌한 답이지만, 삼척동자도 아는 이런 종류의 낮은 난이도의 문제는 어떠한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지나치게 해결하기 쉬운 트릭, 5분만 봐도 누가 범인일지 알 것 같거나, 누구나 뻔히 예상가능한 반전은 추리의 재미를 떨어트리고 미스테리 장르에 있어서는 재앙이다. 결과적으로 미스터리는 빈틈없는 논리와 그 논리를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타 장르와 비교해 스토리를 구성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장르다. 많은 미스터리 소설들이 유럽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문적인 작가도 드물고, 작품 볼륨도 빈약한 이유는 그만큼 훌륭한 미스터리 작품을 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지만, 우리가 유명한 몇몇 작품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 통하였느냐 - 1. 웰메이드 미스터리 : 앞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여러가지 난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빙과」는 미스터리 장르가 가져야할 요건을 충족하는 작품이라고 볼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작의 대열에 집어넣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만한 퀄리티다. 극중의 등장하는 오레키 호타로라는 인물은 에드거 앨런 포우 소설에 등장한 뒤팽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와 같은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탐정의 기질을 보인다. 직접 현장에 나가서 발로 뛰지 않고, 의자에 앉아 주위에서 쉽게 얻을수 있는 증거들을 토대로 추리하여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하드보일드한 추리소설들에 포함되는 증거를 발견하는 모험적인 과정이나 액션중심적 요소는 당연히 빠지게 된다. 따라서 '안락의자형' 탐정이 등장하는 스토리는 논리적 흥미라는 미스터리 장르 본연에 충실한 플롯이다. 상대적으로 더더욱 세심한 설명과 관객들을 추리속으로 같이 이끌어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빙과는 이런 기본기를 잊지 않는다. 적당한 분량 배정을 통한 정돈된 호흡으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다음, 그것을 한걸음씩 징검다리를 밟아나가는 과정에 충실함으로써 작품과 관객들이 같이 호흡하는 걸 유도한다. 여기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화와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연출을 통해 활자는 할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시킨 덕분에 빙과는 소소한 사건들을 담고 있지만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충분한 흡인력을 제공한다. 추리 과정에서 논리성을 해치는 우연적이거나 설명이 불가능한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복선적 장치를 적게 쓰지도, 반대로 지나치게 남발하지도 않는다. 급하지도 않고, 느긋하지도 않으며, 신파적이지도 않고, 냉소적이지도 않다. 이 미묘한 경계선을 유지하는게 가장 어렵고 많은 작품들이 실수하는 부분이지만, 빙과는 그것을 능히 해낸다. / 2. 청춘과 성장이라는 첨가물 - 빙과는 제법 훌륭한 미스터리적 장치를 가지고 있지만, 정통 미스터리물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청춘 성장적 요소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리능력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호타로의 내면적 갈등. 친구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뛰어난 추리능력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사토시. 부농가의 딸로서 짊어져야할 책임감을 느끼는 에루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데에 대해 고민하는 마야카. 빙과에 등장하는 이런 종류의 갈등에 대한 내용은 이전 나왔던 수많은 청춘물, 성장물에서 다루어진 지극히 진부한 내용이지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첨가되면서 그것을 더 이상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작품은 신파적으로 관객들의 감정에 호소하진 않지만, 뜨거운 커피에 서서히 녹아들어가는 설탕처럼 청춘의 쓰라림을 은근한 맛으로 녹여낸다. 드라마 장르의 심리묘사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쿄애니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전부 멤버들과 그들을 둘러싼 감정의 변화는 디테일은 대서사로는 부족하지만, 그 자체의 소소한 울림이 있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울림들은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 3. 와신상담 - 쿄애니는 이쪽 업계에선 불패신화로 통했으나, 카도카와 서적과 함께 손잡고 제작한 「일상」이 비즈니스면뿐만 아니라 작품성면에서도 불합격점을 받으면서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이 때문인지 「빙과」는 제작 준비단계에서 부터 예전의 실패에 대한 와신상담하고자 하는 쿄애니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쿄애니는 이전 작품들에서 신인 성우나 스태프를 거리낌없이 기용하는 과감한 인사 채용을 시도했으나, 빙과는 예외적으로 사람을 쓰는데 있어 굉장히 신중한 면모를 보인다. 빙과의 제작진은 스태프부터 성우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검증된 인력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예전에 한번씩 호흡을 맞춰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은 러키 스타 때부터 활약한 잔뼈가 굵은 인물이며, 각본 및 캐릭터 디자인 등 모두 오래전부터 같이 일한 경력이 있는 인물들로 살림을 꾸렸다. 성우 역시 사토 사토미를 필두로 이전 작품들에서부터 연기력이 충분히 검증된 인물들만을 채용했다. 사실상 제작진 명단만을 보면 그들이 내보일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보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험적인 요소에 베팅하기 보다는 준비단계에서 부터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호화 스태프에 관한 과장된 신화를 믿지 않지만, 신뢰할만한 커리어가 주는 안정성, 오래전에 손발을 같이 맞춰온 사람들과 일하는 것으로 창출되는 업무의 효율성까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빙과는 이전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과감한 연출과 빠른 템포의 편집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이는 작품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뒷받침된 부분이다. 놀랄 정도로 발전한 작화와 과거 약점으로 지적받던 플롯의 어레인지 능력의 향상은 분명히 전작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보완한 덕이다. // 불통하였느냐 - 패기와 어필의 부족 : 빙과는 분명히 살인이나 절도 같은 자극적인 소재들 없이도 미스터리 장르를 재미있게 만들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충분히 잘 만들었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량면에서 패기와 어필할만한 아이디어의 부족함은 아쉽다. 앞서 설명한 좋은 미스터리 작품이 갖춰야할 조건에는 분명히 부합했으나,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만한 소재의 부재는 이 작품의 포지션이 미스터리인지, 성장물인지, 청춘물인지를 정하기 애매하게 만든다. 등장인물간의 갈등관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좋았지만 친구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너무나 쉽고 편한 해결책을 택한 탓에 매끄러운 과정과 비교해 결말은 상대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 서두르지 않는 신중함이 이 작품의 미덕이긴 하지만, 필요할 땐 가속 페달을 거침없이 밟을 줄 아는 패기있는 과감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마무리 - 빙과는 분명 독창적인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주위의 소소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수많은 미스터리 문학과 「트루 티어즈」같은 청춘 성장물의 소박한 결혼에 가까운 작품이다. 작품은 지나치게 통속적이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진한 맛과 향이 우러나오는 숙성된 와인과 같은 섬세한 감성을 미스터리라는 장치를 통해 풀어낸다. 뛰어난 스타일리스트이며 비주얼의 장인으로 평가받는 쿄토 애니메이션은, 지난 「일상」에서의 실패를 와신상담하여, 「빙과」를 통해 스토리 텔러로서의 솜씨 역시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칫하면 늘어지기 쉬운 이야기를 유려한 작화와 직관적인 연출을 통해 관객들을 한 순간에 집중시키고 긴장감이 지나치다 싶을 땐 잠시 여백을 주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잘 유지시켜 결말엔 묘한 감동마저 주지만, 시종일관 쿨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정말 오랫동안 회자될 세련된 미스터리물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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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첫 사랑 한정 : 결과보다는 과정 // 많은 러브 코미디들이 남녀간의 사랑이란 소재를 지나치게 섹슈얼리티 측면에서만 표현하는 경향이 있지만, 「첫 사랑 한정」 은 다른 작품들과는 방향이 조금 다른 작품이다. 8명의 소녀와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그로 인한 갈등. 뻔한 설정에 짐작할만한 이야기 전개인 듯하지만, 개성적인 캐릭터와 첫 사랑이라는 특수성 이를 극복해낸다. 누구에게나 순수하고, 시간이 지나 뒤돌아 생각해도 가슴뛰는 첫 사랑의 속성을 이 작품은 가볍지만 통속적이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러브코미디든 정통 로맨스든 이쪽 장르의 주요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누구와 연결될까’다. 이 작품 역시 러브 코미디이므로, 남녀간의 연결 그 자체에 분명 주목하고 있지만 「첫 사랑 한정」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좀 더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구조적으로 한 명의 위너와 다수의 루저가 나오는 로맨스의 결말 자체를 다양한 인물들의 활용과 첫 사랑이라는 속성과 조합해, 단순히 사랑에 실패한 루저가 아니라 한 걸음 더 성장한 인생의 위너로서 묘사한 스토리 라인은 단연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보기시작한 러브코미디. 하지만 그 속에 성장물로서의 가능성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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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Gift (기프트) ~eternal rainbow~ : 어설픈 벤치마킹 // 1년내내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가 있고, 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일생에 단 한 번 누군가에게 소원을 이루는 선물을 보낼수 있다는 설정. 등장인물간 갈등관계, 캐릭터 디자인, 작품 전반에 퍼져있는 분위기까지. 누군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Gift (기프트) ~eternal rainbow~」는 「D.C 다카포」의 짝퉁이다. 아무리 세부적인 설정이 다르다는 식으로 변호해도 이 작품이 짝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원작 게임회사 문스톤이 다카포 시리즈로 유명한 서커스의 제작진이 일부 떨어져 나와 세워진 기업이 아니던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옛말도 있으니 벤치마킹이 다소 과했다는 정도로 1만 보쯤 양보했다 치더라도, 이 작품은 여전히 기본기가 결여되어 있는 작품이다. 초반은 지나치게 느긋한 반면, 후반부는 너무나 격렬해 완급 조절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며, 등장 인물은 쓸데없이 낭비된다. 등장인물간의 관계와 그에 이르는 결과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해주지도 못하며, 그것을 보충할만한 논리력마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최소한 ‘그럴듯한’ 짝퉁의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정확한 관찰과 심도있는 연구없이 그저 어설픈 벤치마킹만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후대에 두고두고 좋은 교본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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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로큐브 : 의외의 결과물 // 전반적인 캐릭터 구성이나 디자인만을 보고 「모에땅」같은 단순 로리타 콤플렉스식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작품을 상상했다면, 틀렸다. 오히려 「뱀부 블레이드」에 가까운 애니다. 「로큐브」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농구 연습을 쉬고 있는 한 고등학생이 초등학교 여학생들로 이루어진 농구부를 이끌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스포츠 성장물이다. 대중들에게 지극히 익숙한 이야기라 다섯 손가락에 꼽을만한 뻔하디 뻔한 클리셰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런 뻔한 뼈대에 살을 붙일 줄 아는 캐릭터 표현력과 주요 성우진들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성장물의 동력이 되는 캐릭터의 내외적 갈등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고, 나름 흡인력 있는 플롯 구성 또한 가지고 있다. 밑바탕이 된 원작에서 ‘역시 초등학생은 최고야!’ 같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미묘한 대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제작 방향에 따라서 충분히 수준이하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고, 필자도 그쪽을 예상했으나 보기좋게 한 방 먹었다. 물론 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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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킬미 베이비 : 잔재주만으로 작품은 굴러가지 않는다 // 「킬미 베이비」는 컨셉과 창출해내고자 하는 재미가 확실한 작품이다. 어설픈 스토리 라인을 집어넣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단편적인 콩트가 주는 짧고 확실한 개그코드. 그리고 한명이 바보짓을 하면 다른 한명이 거기에 츳코미를 넣는 일본식 전통예능 만자이가 주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은 원작인 4컷 만화의 특징을 잘 살렸고, 단순한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부터 슬랩스틱에 이르기까지 개그코드에 다양한 변화를 준 부분도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이런 잔재주들만으로는 작품을 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1,2화는 분명히 재미있다. 하지만 당신이 인내심이 부족한 시청자라면, 아마 여정의 절반쯤 도달했을 때,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개그 패턴에 이내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킬미 베이비」 역시 이전에 많은 작품이 그랬듯, 소소한 쇼트 개그 콩트 위주의 구성은 일시적인 재미를 줄 수는 있지만, 작품 전체를 견인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드러낸다. 시도와 결과에 이르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워넣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평가와 상관없이 근래에 들어서 이런식으로 한도 끝도없이 망가지는 히로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살신성인의 연기를 선보인 오리베 야스나 역의 성우 아카사키 치나츠에 대해서만큼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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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 신선함보다는 노련함으로 // ‘오타쿠’라는 소재 자체는 「현시연」부터 「러키스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다루어져 왔던 탓에, 이제는 신선소재 카테고리에서 슬슬 내려올 때가 된듯하지만, 여전히 이쪽 시장에서 통할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는 모양이다.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역시 여성 오타쿠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류의 작품들이 밟았던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한 가지 뚜렷한 차이점인 동시에 칭찬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오타쿠라는 소재 자체에 지나치게 얽매여 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은 오타쿠라는 소재에 크게 기대지 않고, 러브코미디가 가지는 원초적인 장르적 재미라는 기본 밑바탕에 충실하다. 여기에 오타쿠와 일반인의 시각 차이와 대립구도를 다룬 스토리는 무겁지는 않지만, 약간 소심할지언정 오타쿠의 편견에 대해 한마디 날려주는 통쾌한 부분도 갖추고 있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초중반에 보여줬던 임팩트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지는 후반부 전개를 제외한다면, 오랜만에 나온 러브코미디의 특징과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노토 마미코의 연기의 신선함 역시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지만, 그녀는 신선함보다 노련함으로 승부하는 베테랑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건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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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GA 예술과 아트디자인 클래스 : 차별화의 부족 // 「GA 예술과 아트디자인 클래스」는 미술을 전공하는 여고생 5인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한 문장의 작품 소개만을 읽고도 이것과 굉장히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이 이전에 있었다는 걸 불현듯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동명 원작 역시 망가타임 키라라에 같이 연재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든 싫든 SHAFT의 프랜차이즈 「히다마리 스케치」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나름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일상에 관한 내용을 축소하고 미술관련 전문지식에 대한 내용을 늘린 부분이 있지만, 똑같은 메인 요리에 조미료만 살짝 바꾼 수준이라 기존에 제시된 일상물의 큰 틀 자체는 벗어나지 못한다. 메인 성우인 토마츠 하루카가 성우 노토 마미코의 목소리를 벤치마킹해서 ‘노토 카피’라는 센스있는 연기를 보여준 게 그나마 인상적인 부분인 듯. 제작사 AIC는 제 2의 히다마리 스케치를 만들어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GA는 히다마리 스케치의 즐거움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든 작품이다.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먼저 나온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로 내세울만한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한 마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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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하느님의 메모장 : 오랜만에 본 J.C표 범작 // 라이트노벨 미디어믹스라는 흐름에 편승한 J.C Staff의 또 다른 작품. 10년대이후 라이트노벨 원작 애니화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작품성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번번히 놓친 J.C 라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이번에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메모장」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니트(NEET) 탐정이라는 다소 신선한 설정과 제법 괜찮은 플롯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완벽한 옴니버스식 구성은 아니지만, 호흡을 무작정 길게 가져가지 않고 필요할 때 흐름을 끊어주는 구성은 일련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미스테리 장르의 집중력을 잘 살린 느낌이다. 언제나 단점으로 지적되던 엔딩도 후속 시리즈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무난한 수준의 깔끔한 마무리였다. 다만, NEET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재를 100%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과 미스테리 장르에 어울릴만한 독창성 있는 소재가 적었다는 부분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합격점을 주기에 약간 모자란듯하나, 이 때까지 J.C Staff의 이름을 달고나온 작품들 다수가 그다지 좋은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범작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최소조건을 충족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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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애니클립으로도 소개드린바 있는 늑대아이 포스팅을 가볍게 할까 합니다. 늑대아이가 개봉한지 벌써 보름이 넘었습니다만, 아직도 스크린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광해를 비롯한 대작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스크린과 관객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긴 했지만, 꾸준히 선전하여 현재 누적관객수 27만을 돌파했더군요. 개인적으로 초반 개봉 성적이 너무나 좋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는 오래가지 못할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가족영화로서의 입지와 관객들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한 모양입니다. 현재 스크린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0개 가량 남아있으니, 조금만 더 선전해서 30만 관객수를 돌파해주길 바라는 게 제 개인적인 희망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제가 따로 적는 내용보다는 스크랩의 목적이 강합니다만, 늑대아이를 시청하신 분들이나 늑대아이라는 작품의 포인트를 짚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듯 하여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나온 몇몇 영상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방송 자체는 2주 전것으로 꽤 오래전에 나간 것들입니다만, 영화 소개 프로그램 특성상 작품의 네타 정도가 약간 있어서 포스팅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혹시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시청전에 주의를 요구합니다. 이미 영화를 보셨다면, 복습 차원에서 꽤 괜찮은 리뷰가 될겁니다.




*** 본 영상은 작품 초중반에 해당하는 소량의 네타(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감상에 주의를 요합니다.
본 영상의 저작권은 SBS, KNN에게 있으며, 방송사에서 요구할 경우 삭제될 수 있습니다.




1.
  : [영화는 수다다] - 이동진, 김태훈










2. 
  : [다2다이] - 오동진, 류시현, 권해효



늑대아이 파트는 28분 25초부터 시작합니다.




이동진씨는 늑대아이에 대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주셨더군요. 다소 부족하다 싶은 영화가 보이면 신랄하게 까기로 유명한 이동진씨가 4개 반도 영 찝찝해서 개인블로그에서는 별 5개를 줬다고하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던 모양인 듯. 씨네포트의 오동씨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고, 전반적으로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한 국내 영화잡지 씨네21에서도 제법 좋은 점수가 나온 것을 보면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중에서는 국내 평가가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론가들이나 관객들의 평가는 죄다 호평인데 반해, 관객수가 적어서 그 점이 아쉽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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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과거 스크린에서도 애니메이션이 활발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80년대 미야자키 하야오가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스크린의 입지가 보다 강해졌고, 90년대 초기에 고공행진하는 호황인 시절도 있었지요. 그러나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로 90년 중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후 OVA식 제작이 축소되고 위성방송이 강화되면서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심야 방송 시스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하게 얼어버린 스크린을 깨고 나오는 작품들은 많지 않았고, 꾸준히 제작되는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지브리 같은 오리지널을 위주로하는 제작사 외에는 스크린에서 TV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가 힘든 시기가 몇 년간 이어졌습니다. 이후 축소되었던 스크린의 활기를 되찾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00년대 중반부터 다시금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이 드문드문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요 몇년간 DVD/BD 판매량에 의존하는 수익 시스템의 대안으로 스크린이 다시금 블루오션으로 조명 받으면서 극장판 제작에 관한 논의가 몇 년새에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정 시점을 정확하게 집어낼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극장판」 이 박스오피스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성적을 기록한 2010년을 심야 TVA 스크린 붐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 이후로 신작, 구작 할거 없이 무서운 속도로 극장판들이 스크린으로 진출했고, 많은 수의 작품들이 TVA 이외의 부가적인 박스오피스 수익과 2차 판권 수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말에 개봉한 「극장판 케이온」은 16억엔이라는 박스오피스 수익에 더불어 18만장에 가까운 블루레이 판매량과 그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2차 판권 수익을 챙겼으니, TVA의 연장이라는 적은 투자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낸 성공사례라고 할 만합니다. 스크린이 심야 TVA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떠오르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최근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애니메이션들이 난립하는 탓에 수익감소 및 퀄리티 저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뭐가 있나요?
  잠깐 집안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수입해오는 편에 속합니다. 지브리라는 네임벨류면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고, 여전히 코난이나 도라에몽 같은 시리즈 극장판 작품들은 CJ 같은 대기업에서 수입/배급해올 정도로 가족형 작품으로서 어느정도의 가치를 인정받는 편입니다. 다만, 이것이 심야 TVA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수입되는 작품수가 극히 한정적인데다가 넓은 지역에 배급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소수의 스크린으로 그치는데다가, 누적 관객수가 만 명을 못 넘는게 일반적인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으니까요. 가끔가다 스크린을 조금 넓게 잡는 케이스가 있긴 한데 심야 TVA에 한에서는 「동쪽의 에덴」극장판이 50개를 확보한 게 가장 많은 숫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이나「에반게리온 : 서 & 파」정도가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기는 했지만 누적관객수 10만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국내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우선적으로 심야 TVA에 대한 우리나라 대중들의 인식이 결코 곱지 못한 편인데다가, 딱히 이런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를 제공해주지도 못합니다. 여기에 재패니메이션의 수입/배급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합니다. CJ, 쇼박스와 같은 대형 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롯데시네마나 CGV가 자사 배급사에게 스크린 밀어주기 형태의 관례가 뻔히 행해지는게 우리나라 스크린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인기도 없고,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영세한 배급사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되죠. 따라서 수입/배급사들도 작품을 수입만 해올뿐, 충분한 숫자의 스크린수가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여기에 홍보를 해도 불필요한 지출만 증가할뿐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 홍보에 대한 투자역시 적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적은 국내 유저들과 불법 영상물에 대한 문제까지 겹쳐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가지는 입지는 매우 좁은게 사실입니다.





 
단관개봉?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이 '단관개봉'입니다. 표현 그대로 극소수의 한정된 스크린에서 짧은 시간동안만 개봉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소수 장르의 영화들이 2차 판권 획득 목적의 편법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해당되는 사례들이 많은데, 최근에 개봉했다고 기록이 남아있는 「극장판 하늘의 유실물」의 경우 VOD 판매를 위한 2차 판권을 얻기위해 서류상의 개봉만을 진행했을 뿐, 대중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관개봉이 이처럼 편법적으로 사용되는 편이지만, 반드시 모든 사례가 그런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이나 CGV 무비꼴라쥬 정도가 있습니다. 이들 영화관은 블록버스터 작품들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독립영화나 소수 장르의 영화들에게 단관 형식으로 스크린을 내주는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힘이 약한 소수 작품에 대한 보호장치라고 볼 수 있겠죠. 케이스가 좀 다르긴 하지만, 이번에 애니플러스가 이번에 애니플러스가 수입/배급하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극장판 I , II」역시 단관개봉의 이점을 잘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리 수요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람할지 어림잡아 측정한 다음, 그 숫자에 맞게 관을 대관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이점은 흥행 실패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배정받은 스크린수에 비교해 좌석점유율이 형편없을 때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빈 좌석이 많이 남을수록 실패한 작품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제작사와 수입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단관개봉은 수요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맞춰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좌석 점유율을 거의 10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마마 극장판을 보려고 하는데, 표값이 3만원이 넘네요. 왜 이렇게 비싸죠?

  단관개봉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단점 역시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일차적으로 아주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개봉되는 방식이라 대부분 수도권에서 이루어집니다. 단관개봉의 99%가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지역에 거주하는 관객들은 아무래도 혜택에서 소외되기가 쉽습니다. 게다가 단관개봉은 어디까지나 실패를 하지 않는다뿐이지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성공에 대한 가능성 역시 차단한다는 점에 있어서 소위 안전빵 개봉이라는 이면도 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보급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에서의 영화라는 컨텐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거기서 이익을 취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만, 단관개봉은 이런 전략을 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인원수에게서 나와야할 이득이 한정된 인원수에게서 나와야 하고 이는 한 사람당  배정된 부담금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질문으로 돌아옵시다. 현재 애니플러스가 제시한 금액의 오퍼는 사전 예약자가 34,100원이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예매자는 39,000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성인 영화 티켓값이 8천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고액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애니플러스가 단순히 폭리를 취하는 걸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관람료 책정에 대한 사전지식이 조금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관람료 8천원은 제작사와 극장이 나눠먹는 형태입니다. 물론 외국영화의 경우 제작사라는 범주안에는 수입사와 배급사의 몫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제작사와 극장의 비율은 5:5 입니다. 여기에 문화진흥기금과 세금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작사와 극장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3천원 정도입니다. 이 금액으로 수입사는 배급사에게 배급 수수료를 지불하고, 영화를 수입하는 데 돈을 쓰는 것입니다.


이제 애니플러스 가격을 해부해봅시다. 계산하기 쉽게 가격의 평균인 35000원을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일반적인 수입/배급과 단관개봉의 세부적인 시스템은 약간씩 다르지만 큰 골자는 똑같습니다. 단관개봉은 단 한곳에서만 스크린을 빌리는 거고, 일반적인 배급은 전국에서 개봉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단관개봉이 대관료가 비싼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관료는 보통 일반적인 성인 티켓값인 8000원 * 좌석 수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증가합니다. 애니플러스의 대관시간은 대충 5시간이므로 이는 일반적인 영화 2편 이상의 런닝타임과 맞먹습니다. 따라서 스크린 한 좌석에 들어가는 대관료는 20000원 정도로 추산해볼 수 있습니다. 이게 순수 대관료입니다. 이제 대관료를 제외한 15000원에서 약 절반이상을 제작사가 들고갑니다. 결과적으로 애니플러스가 손에 쥐게 되는 돈은 한 사람당 7천원 정도입니다.


일반 개봉 : 8000원 = 1000 (세금) + 3500 (극장) + 400 (배급사) + 2100 (제작사) + 1000 (수입사)

단관 개봉 : 35000원 = 20000 (대관료) + 8000 (제작사) + 7000 (애니플러스 수입/배급)


일반적인 수입사들은 한 사람당 많아봐야 천 원이하로 남기는데, 어째서 애니플러스는 7천원이나 남기는걸까요. 7배나 남기는데 이게 폭리가 아니고 뭔가요. 얼핏 보면 그렇지만, 일반적인 수입/배급 시스템은 고작 몇 백명을 하는 상대로 하는 장사가 아닙니다. 수 십만, 수 백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죠. 반대로 단관개봉은 많아도 천 명을 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애니플러스가 한 사람당 수입은 큰 것 같지만 크게 봤을 때에는 적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일반 개봉 수익 : 1000원 * 10만명 = 1억원
단관 개봉 수익 : 7000원 * 1천명 = 7백만

결국 이게 단관개봉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자 단관개봉 시스템을 잘 모를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들입니다. 마치 10명이 상자를 나를때와 2명이 상자를 나를때 한 사람당 써야하는 힘이 후자가 더 힘든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단관개봉의 경우 관객이 적고,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수입사는 한 사람 당 일반적인 티켓값보다 비싼 요금을 매겨야하고 또 그래야만 행사를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관개봉은 관객들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지만, 어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시점에서 단관개봉 시스템이 국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군요.





  
후기

네이버 영화 무비QnA 형태를 따와서 소재에 맞게 재구성해본 형태입니다. 최근에 국내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수입에 대한 강한 열망들이 표현되기도 했고, 이번 마마마 애니플러스 수입/배급에 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끄적거릴게 아니라 포스팅으로 정리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형태이긴 한데, 요즘 필력도 예전같지만 않고, 적을만한 글감도 없어서 단순히 프로토 타입으로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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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내일의 요이치 : 어중간한 퓨전 // '세상물정 모르는 사무라이 검사가 4자매와 함께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라는 이 한 줄의 스토리 문구를 보면 이 작품이 보여줄 진부함을 대충 눈치챌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정발경력이 있는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내일의 요이치」는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시대극과 러브코미디라는 두 가지 요소를 섞는 시도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소 무모한 시도 같지만 컨셉 자체는 흥미롭다. 얼핏 생각해보면 딱히 자연스럽게 연결될만한 소재가 아닌데다가, 두 소재가 가지는 각기 다른 색깔차이에서 기인하는 소소한 재미라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러브코미디 장르에서 주로 통용되는 우유부단형 찌질남이 아닌 앞뒤를 확실히 끊는 개념남인 덕분에 작품을 감상하면서 리모콘을 TV에 던지게 되는 불행한 해프닝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작품은 두 장르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릴 뿐, 처음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정확한 방향성 없이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그저 산만하게 늘어놓을 뿐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웃게 만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 간의 갈등관계는 전혀 긴장감있지도 유머스럽지도 않다. 당시 신인상 수상에 빛나는 오카모토 노부히코와 베테랑 사토 리나로 구성된 금서목록 콤비의 열연 하나만큼은 볼만했지만, 이 작품을 살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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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늑대아이 : 능력의 재확인 // 동화 같은 판타지, 애절한 로맨스, 그리고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 이 모두를 한 편의 영화로 즐기고 싶다면 이 작품을 피할 이유가 없다. 「늑대아이」는 3년만에 돌아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복귀작 답게 소재나 내용적인 함량 면에서 한층 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늑대인간을 사랑하게 된 평범한 여대생이 싱글맘이 되어 두 아이를 키워낸다는 육아일기 형식의 스토리는 대서사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클라나드」류의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드라마 특유 작품에서 나오는 그 자체의 소소한 울림이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갈등에 대한 표현과 「썸머워즈」에서 보여준 가족애에 대한 소재를 적절하게 조합해 맛깔나게 요리해냈다. 특히 인간과 늑대라는 별개의 존재에서 오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내면적 갈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눈에 띈다. 여기에 대조적인 해결 방법을 보여주는 두 명의 등장인물 사이를 번갈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후반으로 갈수록 루즈해지는 드라마에 대한 단점 역시 보완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잘 유지하며, 깔끔하면서도 여운 있는 마무리를 보여준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나아가도 좋을 것 같은 부분에서 작품이 말랑말랑한 감상주의에 갇혀서 극적인 카타르시스가 희석되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늑대아이」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관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베스트는 아닌 듯하나, 그는 여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한층 더 발전하는 감독이라는 사실이 변함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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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노을빛으로 물드는 언덕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필자는 2006년부터 2008년 사이를 미연시 장르의 르네상스였다고 평가한다. 미연시 원작의 애니화가 그 이전에도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캐릭터라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한 2006년도 이후 그에 따른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미디어믹스에도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인 게임 브랜드 feng의 동명 게임 원작인 「노을빛으로 물드는 언덕」 역시 시대의 흐름에 수혜를 본 전형적인 작품이다. 당시 이미 「스쿨데이즈」로 능력을 증명한바 있는 제작진들이 그대로 재집결했다는 점과 당시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던 히라노 아야와 쿠기미야 리에를 필두로 하는 호화 성우진 덕분에 방영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이 없다고 했던가. 흔해빠진 러브 코미디물에 여러 가지 속성의 캐릭터를 적당히 짜깁기해 놓은 듯한 이 작품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게 있다면 히라노 아야의 처량한 변신을 놓고 잠시나마 수다라도 떨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작품은 마지막까지 로맨스와 러브 코미디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어설픈 흉내로만 그친다. 작품 전체가 우왕자왕하는 사이에 스토리는 산으로 가고, 연출은 쓸데없이 남발되며, 성우들의 호흡조차 덜컹거린다. 한술 더 떠서 당시 가장 잘 나간다는 성우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기대이하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히라노 아야는, 이 불타는 초가에 마지막으로 멋지게 기름을 들이 붓는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작품을 보아왔지만, 이처럼 미덕을 발견하기 어려운 작품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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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A 채널 : 진부함속의 재미 // 「A 채널」의 첫 인상은 좋게 보면 「케이온」과 「럭키스타」의 좋은 점만 모여 있는 작품. 나쁘게 보면 「케이온」과 「럭키스타」 둘 가운데 어느 것의 미덕에도 근접하지 못한 범작이다. 하지만 유사한 성격의 과거 작품들에 대한 벤치마킹을 잘한 덕분에, 유사품이라기보다는 개량품의 느낌이 더 강하다. 사실 4컷 만화 형태의 여고생 4인방의 일상이라는 조합 자체는 숱하게 봐온터라 이제 슬슬 질릴만도 하지만, 여전히 「A채널」은 이 진부한 소재들을 가지고도 꽤 그럴듯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역동적 카메라워킹이나 시기적절한 사운드트랙의 배치같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도, 에피소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몇몇 파트는 개그 소재를 에피소드 속의 비좁은 틈에 무리하게 밀어넣은 듯한 인상을 주긴 하지만, 캐릭터들간의 관계나 개별적 에피소드는 충분히 흥미롭다. 이런 점을 볼 때, 「A 채널」은 스튜디오 5조라는 제작사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곤조라는 과거의 명성에 비교하면 어딘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은 있으나, 스튜디오 5조가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할 제작사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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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가난 자매 이야기 (빈곤 자매 이야기) : 감동이란 이름의 과대포장 // 부모 없이 낡은 맨션에서 살고 있는 두 자매. 「가난 자매 이야기 (빈곤 자매 이야기)」는 딱 이 한 줄의 설명으로 요약이 가능한 작품이다. 사이좋은 두 자매가 벌이는 일련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는 치유계 장르의 그것과 닮아있으나,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관객들의 눈물을 쥐어짜내는데 충실한 최루성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에게 가난이라는 시련을 부과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유달리 강조된 연출이 많은건 최루성 작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감동이라는 요소는 굉장히 다루기 민감해서 예측가능한 시점에서 그 힘을 잃어버리기 쉽다. 「가난 자매 이야기」의 전체적인 감동의 레퍼토리는 작위적이며, 너무나 쉽게 예측가능하고, 때때로 불필요하게 그 감동을 과대포장 해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결과적으로 무난하게 눈물을 짜내는데에는 성공하지만, 흐르는 눈물의 뜨겁지 않은 건 다소 거북한 부분이다. 눈물을 뽑아내는 기교는 좋았으나, 좀 더 진실성있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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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영화 케이온! (케이온 극장판) : 스크린에 대한 이해 // 박스오피스 수익 17억엔, BD/DVD 초동 판매량 14만장. 「영화 케이온!」이 세운 놀라운 기록들이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박스오피스 붐 이후, 심야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이 대거 스크린으로 진출하여 인상적인 기록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케이온 극장판이 세운 상업적 성공은 괄목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세기의 명작이라는 다소 과장된 풍문에 들뜬 사람이라면 조금 침착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이 그만한 작품성을 겸비하였는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적받고 있는 형편인데다, 일상물로서 가지는 장르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은 TV와 다르다. 제한된 런닝타임 속에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집중력은 잃지 않아야하는 장소가 바로 스크린이다. 하물며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여고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라니 대체 이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여기가 바로 쿄토 애니메이션이 경험있는 제작사로서 노련함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었고, 이런 어려움을 특유의 연출이라는 임기응변으로 극복해냈다. 자칫하면 늘어지기 쉬운 이야기를 한 템포 빠른 편집과 호흡으로 엮어나감으로써 관객들을 필요한 순간에 집중시키는 대목은 기존 TVA에서 찾기 힘든 것이었다. 여기에 패스트 커팅에 가까운 극도로 짧은 쇼트로 가속 페달을 밟다가도, 긴장감이 과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는 연출은 제작진이 가진 스크린에 대한 이해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예상외로 케이온 극장판은 단일 작품으로서도 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지나치게 우연적이면서 진부한 클리셰들에 의존하는 스토리는 여전히 흠이지만, 특유의 연출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다. TVA와 스크린의 차이점을 아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장르가 가지는 장점을 살리는 능력. 그것이 케이온 극장판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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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의 애니클립 - 포츈 아테리얼 (Fortune Arterial) ~ 붉은 약속 : 오명은 씻었으나 // 성인용 게임 브랜드인 AUGUST는 이쪽 게임업계에서는 꽤 잘나가는 제작사로 통한다. 다만, 이미 꽤 많은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미디어믹스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들이 하나같이 혹평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AUGUST의 얼굴마담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녘전보다 유리색인 ~ Crescent Love」는 역대 최악의 작화 사고를 겪으면서 원작과 게임 브랜드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4년 후 제작된 「포츈 아테리얼 (Fortune Arterial) ~ 붉은 약속」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포츈 아테리얼은 미디어믹스에 대한 강한 성공의지를 가지고 있는 삼수생 AUGUST의 오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만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인지 작화 면에서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이 정도면 아주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양배추로 손가락질 받던 과거의 오명을 씻을 정도로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좋은 원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러티브에 대한 구조는 엉성하기 짝이 없고, 지나치게 우연적인 요소에 의지하고 있다. 또한 분량 조절 미숙으로 인한 어설픈 마무리는 미연시 원작 애니메이션들이 이 때까지 범해왔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작화에 대한 오명은 확실히 씻었다. 하지만, 그 하나를 얻기 위해 희생한 스토리와 연출의 빈 자리가 너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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